<소설> 재난의 시대 (49)

뮐러 교수는 그녀를 향해 근시의 눈을 깜박거린다.

"아가씨, 이 돼지에 대해 정말 잘 아는 것 같구려." 고비는 뒤도 돌아보기 전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본다.

"타라!" "안녕하세요, 프랭크!" 그녀는 고비의 팔을 잡으며 말을 잇는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녀를 보는 순간 고비의 마음이 누그러진다. 마음 속의 고통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것은 결국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그 희망은 티베 트옷에 헐렁한 아프가니스탄 바지를 입고 가장 달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여기서 뭘 하는 거요?" 고비는 놀라 묻는다.

바로 그때 젊은 티베트의 라마, 도르헤가 코너를 돌아 나타난다. 캠퍼스에 서봤을 때 입고 있던 양복과 넥타이는 어디로 가고 밤색 승복이 걸쳐져 있다. 그는 음조를 연구하고 있었다.

"아, 고비씨?" 도르헤는 금방 고비를 알아본다.

"이거 어떻게 생각하오? 동물 탄트라 같지는 않소?" 두꺼운 안경너머로 그가 써온 음조를 들여다 본다.

"방금 여기 계시는 교수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옛날의 록 음악이에요. 언제냐면 아, 1977년이요." 타라는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들춰보며 말을 잇는다.

"세계 의식 운동의 중요한 변혁기였죠." 도르헤는 잠시 생각한다.

"90년대의 가속화 이전, 중간 과정 얘기요?" "맞아요. 그 과도기요." "흠, 조금씩 앞뒤가 맞아가는 것 같은데요?" 타라의 초록빛 눈이 고비에게로 돌아온다.

"아드님이 여기 계시죠?" 또다시 심장을 후려치는 통증이 느껴진다.

"네. 그 녀석도 여기 있습니다." 도르헤가 갑자기 놀란다.

"아드님도 여기 계신다고요?" "예. 그런데 두 분은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도르헤는 잠시 타라와 눈길을 교환한다.

"박사님과 잠깐 말씀을 나누는 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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