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팩토 표준"을 잡아라 (4.끝)

세계 필름업계의 선두주자인 양사는 필름시장, 특히 일본 필름시장을 놓고치열한 공방전을 펼쳐왔다.

코닥사가 일본 필름시장의 폐쇄성을 주장하며 슈퍼 301조인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협상과 제재"조항을 들어 미무역대표부(USTR)에 제소한 지난 6월이후 "코닥과 후지"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코닥과 후지"가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새 규격의 필름과 카메라를 개발해 이 시장의 새로운 디팩토 표준을 움켜쥐려는 APS(Adva nced Photo System)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APS프로젝트는 코닥사가 4번째로 디팩토 표준을 목표로 도전하는 사업이 다. 코닥은 이미 60년대부터 APS를 추진하기 이전까지 3차례에 걸쳐 새로운 방식의 필름을 개발, 디팩토 표준을 겨냥한 사업을 추진했다.

3번의 도전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경우는 70년대 시판한 110형 필름. 이 제품은 세계 필름시장의 50%를 차지했으나 디팩토 표준의 위치는 차지할 수없었다. 그 밖에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카트리지방식과 디스크형 필름을 내놓은바 있으나, 현재는 모두 자취를 감췄고 그런 규격을 사용하는 사진기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코닥은 3차례에 걸친 디팩토 표준화사업에서 3번 모두 혼자 힘으로 표준화 를이루려 하였다. 전체 필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업계의 포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디팩토 표준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은 여기에있다고 볼 수 있다. 코닥은 APS에서만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라이벌인 후지 등에 공동 참여를 제안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APS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는 이들 2사와 캐논, 니콘, 미놀타 등 3개사를 포함한 5개 업체. APS규격을 채용한 필름과 카메라가 내년 4월, APS프로젝트 에참여한 5개업체와 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업체들을 통해 일제히 시판될 예정이다.

APS규격 필름의 재질과 원리는 기존 필름과 같다. 새 규격의 가장 큰 특징 은기존 필름과 달리 필름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지 않다는 점. 건전지처럼 필름을 카메라에 넣고 그냥 뚜껑을 닫기만 하면 필름이 자동 장착되어 필름 을 잘못 끼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코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현상소에 인화를 의뢰해오는 필름의 1~2%는 필름장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진이 전혀 찍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전세계 적으로는 이런 필름이 5%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잘못 장착된 필름의 분량을 1년으로 계산하면 5천만통이 넘는다. 따라서 코닥측은 필름 장착에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APS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APS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감광 처리된 가운데 부분 이외의 표면에 투명 의자성체를 입혀, 화상부분 바깥쪽에 자기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

따라서APS규격 필름은 화상부분을 사용하지 않아도 날짜와 시간 등의 표시 는 물론 촬영시의 상황, 예를 들어 "역광인가, 순광인가" "플래시가 터졌는가 안 터졌는가" 등을 기록할 수 있어 촬영시 노출 등의 실수가 있어도 현상과 프린트시 조정이 가능하다.

APS필름이 기존 필름과 구별되는 가장 큰 외형적 변화는 필름 폭이 24mm 로,35mm인 기존 필름보다 3분의 1가량 작아졌다는 점. 이로서 APS규격은 카메라의 소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계 필름시장 점유율을 보면 코닥사가 41%, 후지사가 34%를 차지하며1 2위를 달리고 있다. 점유율 1, 2위업체가 손잡고 연합을 이룬 사실 자체만 으로도 디팩토 표준은 따놓은 당상이라 할 수 있다. "APS의 등장은 기존 필름시장의 대변혁을 일으켜, APS는 일반가정용 필름과 사진기의 주류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후지사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APS는 저가격화와 시장의 성숙화로 부심하고 있는 사진관련 업체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그러나 APS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사진작가이자 사진기술 평론가인 야마다씨는 "같은 원리,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게다가 필름규격마 저작아진 이상 프린트사진의 화질이 기존 필름보다 향상될 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필름의 입자밀도는 변하지 않고, 필름에서 프린트 판으로 옮길 때 확대 배율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PS개발업체들은 "일반 자동카메라의 자동노출에 의존하는 일반인에게는 노출의 부적절함 등을 현상.프린트 단계에서 고칠 수 있어 화면이 조금 거칠어지는 결점은 보완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사실상 자동카메라를 애용하는 소비자층은 노출의 좋고 나쁨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다. 반면 화질이 거칠어진다는 결점은 노출을 스스로 조정할 수 없는 사용자에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APS는 소비자들이 어중간한 상품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카메라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별로 대단한 특징이 될 수 없다. 기존카메라도 이미 촬영시 손가락이 렌즈나 플래시를 가려, 불편할 정도로 작 은상품이 나온 상태다. 게다가 카메라는 작으면 작을수록 손떨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현상전문업체들의 반응은 더욱 차갑다. "표준품인 35mm 규격 이외의 필름 을자동화된 현상프린트 시스템으로 뽑아내려 할 때는 또 다른 작업이 필요하게되어 현재 4엔인 프린트 값을 50엔 정도까지 올려 받지 않으면 채산이 맞지않는다. 화질은 변하지 않고 가격만 뛴다면 과연 시장성이 있을지…". 현상전문업체인 일본점보사의 다카하시 사장의 말이다. 코닥의 4번째 도전인 APS의 디팩토 표준화 작업이 성공할 것인지는 내년 중반에 가봐야 알 수 있다. 업체들이 협력체제를 형성한다 하더라도 새 규격의상품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심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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