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부품 "공용화" 추진 배경과 전망

정부가 9일 가전제품에 대한 부품공용화 사업계획을 잠정 확정、 발표한 것은 부품공용화 사업에 대한 정부의 보다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부품공용화 사업은 산업정책부처에서 간간이 논의돼 왔으나 정부차원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업계는 정부의 부품공용화 사업이 적어도 구두탄으로 끝나지는 않을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마련한 부품공용화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대체로 가전3사의 개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 국한한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외형에 사용되는부품보다는 내장된 부품、 소비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부품을 대상으로 한 것 등은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실타래를 풀어가듯 하나하나씩 성과를 거둬보자는 업계에 대한 부양책 성격이 짙다.

통산부가 계획한 일정은 대체로 이같은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올해 컬러TV.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진공청소기 등 5개 가전 품목에 소요되는 부품을 우선 대상 품목으로 꼽은 것도 가전3사가 충분히 수용할 수있는 품목이며 컬러TV의 전해콘덴서.스피커.스위치, 냉장고의 고내등.소켓、 세탁기의 파워코드.배수동기모터、 전자레인지의 서머스탯 및 금속연장관、 청소기의 전원플러그 등 15개 부품에 대한 부품공용화 계획도 파급효과는 큰데 반해 가전3사의 현업 채용에는 별 무리가 없어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 또 96년에는 컬러TV의 경우 택트스위치를 공동 사용키로 하고 냉장고의 릴레이 세탁기의 호스인네트를 공용화하기로 한 것 등은 가전3사의 수용범위 를최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97년의 과제로 정해진 일부부품의 공용화 계획은 기능적인 측면을 획일화해 상품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아 보인다.

통산부는 이같은 부품공용화로 연간 1백21억원의 원가절감과 1천9백만달러 의수입대체효과、 부품개당 5~6%의 원가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품공용화 사업은 정부의 가전제품에 대한 세트업계의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부품업체의 개발촉진이란 긍정적인 효과 외 여러가 지해결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대체로 업계는 부품공용화란 대명제에는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공용화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제품에 대한 획일화를 꼽고있다. 부품 하나에도 자사의 신뢰도를 생각하고 그것이 독특한 자사의 상품성이 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이같은 공용화 사업이 업계의 획일화로 비춰질 우려 가적지 않다는 게 관계 실무자들의 고민이다.

실제로 가전부품에 대한 공용화 사업과 함께 추진된 노트북 PC에 대한 공용화 사업이 중간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좌초한 것은 이같은 디자인의 특장점을 살릴 수 없는 획일화란 단점 때문이었다.

특히 협력업체들을 대다수 거느리고 있는 가전3사는 이들과의 협력관계 지속여부를 결정해야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을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같은 공용화에 앞서 부품의 표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업계는 제품에 대한 표준화가 전제되지 않는 공용화 사업은 일과성 사업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표준화를 먼저 이루게되면 공용화는 마치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쉽게 풀려 나갈 수 있는데, 이같은 표준화는 뒷전으로 한 채 공용화의 기치만을 올리게 되면 결국 사상누각 의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표준화를 통해 공용화가 이루어진 사례는 28인치、 32인치 와이드TV 브라운관을 꼽을 수 있다.

이것은 업계가 공용화 하자는 얘기도 없이 공용화의 실적을 거둔 것인데수요에 앞서 전자부품연구소와 전자공업진흥회가 사전에 표준을 제정해 놓았기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공용화로 약 1천억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힐 만큼관련부품의 표준화는 공용화의 전제가 되다시피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지금이라도 표준화 작업에 적극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표준화 작업은 외국규격과 사내규격、 세트업체 규격 등이 따로 있어제정에 많은 시일과 자금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부차원이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통산부의 공용화 사업계획은 오는 20일 전자공업진흥회와 가전3사 등 관련업계로 구성된 추진협의회에서 최종 확정되겠지만 이같은 전제를 배제할 경우 자칫 오랜만에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가전부품에 대한 정부의 공용화 사업은 용두사미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결국 공용화란 표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전시효과에 불과한 명제일 수밖에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모 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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