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유럽영화 거장들과의 뜻깊은 만남

"영화를 통한 세상 읽기"를 즐기는 마니아들이라면 올 가을은 더없이 풍성 한계절이 될 것이다. 빔 벤더스, 스탠리 큐브릭, 장 뤽 고다르, 라이너 베르 너파스빈거 등 유럽의 거장들을 비디오로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영광의 길"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이 세상 끝까지" "네 멋대로 해라" 등은 특히 마니아들이 기다려온 작품들이다.

"영광의 길"은 스크린의 이단아 스탠리 큐브릭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영화. 할리우드의 영화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은 독립프로덕션에서 제작해 큐 브릭의 예술가적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된 초기작이다. 1차대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3명의 프랑스 병사가 전쟁터에서 겪게 되는 억압과 허위, 공포를 그렸다. 각 중대마다 겁쟁이를 한 명씩 선출하여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전쟁의 광폭성이 구토를 불러일으킨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반전영화 중 가장 비타협적인 영화라는 평을 받을 만큼 큐브릭의 카메라는 거침이 없으며, 마치 무기와도 같이 스크린에 섬뜩한 공포를 쏟아 붓는다.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은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거 감독의 대표작. 지난 85년 "포화 속의 마리아"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지만 엉성한 번역에다 30분 커팅으로 작품성과 재미를 한꺼번에 잘렸었다. 이번에 시네마떼끄에서 재출시하는 작품은 120분 노커팅.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은 멜로드라마의 렌즈 너머로 전후 독일의 상황을 들여다본다. 무능한 남편과 돈 많은 상사라는 설정은 얼핏 보면 진부한 삼각 관계. 그러나 침대에서 배운 영어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마리아는 폐허 속에서부활한 전후 독일을 상징한다. 그 건너편에는 마리아를 소유할 수 없다는이유로 자살을 결심하는 상사 오스발트와, 경제력 없음은 곧 사형선고라고 생각하는 무능한 남편 헤르만이 서 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키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이 전편에 깔려 있다가 영화적 장치들을 통해 튀어나오면서 안방관객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작품. 그러나 멜로드라마로 사회와 인간과 역사를 얘기하는 감독의 역량에 감탄할 뿐 그의 질문에 쉽게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에 쫓기다 애인의 밀고로 발각돼 총을 맞고 쓰러지는 청년 미셀이 60 년대 젊은이들을 흔들어 놓은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장 뤽 고다르의 데뷔 작. 고다르는 프랑소와 튀루포, 에릭 로메르 등과 함께 파리의 영화도서관 시네마떼끄 프랑세즈에서 영화수업을 쌓고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평론가로 활약하다가 데뷔한 이른바 누벨바그 감독이다. 그는 전세대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혁신적 영상을 선보여 60년대 세계영화 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세상 끝까지"는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 는메시지가 가슴 뭉클한 빔 벤더스의 신작.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실명한 아내에게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의 뇌에 영상을 심어주는 특수카메라를 제작하는 남편과 그 카메라를 들고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아들 그리고 그의 매력에 빠져 이 세상 끝까지 함께 하려는 여자의 이야기 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의 거장 빔 벤더스가 전작들에 비해 훨 씬현란하고 화려해진 화면으로 상상과 꿈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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