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영상사업단, 한지붕 다섯가족 출발부터 "삐걱"

21세기 영상왕국의 기치를 내건 삼성영상사업단이 출발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오는 25일 강남 대치동 신사옥으로 이전해 살림을 합치게 될 드림박스 나이세스 스타맥스 제일기획 캐치원 5개사가 내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영상사업단은 각사 과장급 이상 1인으로 구성된 실무팀에서 구체적인 통합방안을 논의해 왔다. 통합의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되고 의견조율 이난항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단장에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사장 이중구씨가 선임되고 지난 7월 영상 사업단 발조식을 가진 뒤에도 통합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한때 통합은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새어나왔을 정도이다.

결국 통합에 따른 마찰이 조정되지 않은 채 한지붕 다섯 가족으로 어설픈 한살림을 시작하게 됐다. 신사옥 이전이 코 앞에 닥친 지금 확실하게 합의된 것은 제일기획을 나이세스에 흡수시킨다는 것과 영상사업단 아래 계열사별 사업부를 두고 당분간 독립운영한다는 원칙 정도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스타맥스와 드림박스의 역할분담. 드림박스가 극장임대와 영화제작.배급을 맡고, 스타맥스가 비디오의 판매를 담당한다는 것은 결정됐지만 비디오 판권을 놓고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디오유통에서 손을 뗀 대신 영상기획부터 판권배급까지 독식하겠다는 드림박스측과 유통을 맡았으니 판권까지 관리하겠다는 스타맥스가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기가 불편한 쪽은 영상사업단의 자금줄인 삼성전자의 소속 부서로 통합에 대한 기대심리가 컸던 나이세스. 지난 해부터 서울단편영화제를 열고 해외제작에 참가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영화부문을 드림박스에 넘겨주기로 결론이 나 실망이 큰 표정이다.

한편 영상사업단의 사령탑 이중구 단장은 제일제당에 입사하면서 삼성그룹 과첫 인연을 맺게 된 전형적인 삼성맨. 삼성그룹 비서실 감사팀 과장을 거쳐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반도체통신을 돌며 관리부장을 지냈고, 삼성 반도체통신 이사에 이어 상무이사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94년 12월부터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왔다. 조직관리에 뛰어난 빈틈없는 경영자라 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영상사업단 역시 이 단장의 세부조율에 기대를 걸고있다. 통합논의 과정에서 동상이몽(동상이몽)이 탄로나면서 어색해진 팀워크로 인해 과연 엔터테인먼트 황금어장을 장악하려는 삼성의 야심이 앞당겨질 수있을지 영상사업단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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