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60년대 수준이라는 베트남 경제는 아직은 어렵지만 거꾸로 그만큼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엄청난 잠재시장을 겨냥해 외국기업들이 물밀듯 몰려들고 있다.
베트남 시장이 개방된 것은 공산정권이 개혁 개방(도이 모이)정책을 표방 한지난 86년부터지만, 실제적으로는 9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화교 경제권에 속하는 대만.홍콩.싱가포르는 물론 한국.일본기업들이 앞다퉈 현지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지난 수십년간 적대관계를 지속하던 미국과 지난 8월 5일 국교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 대외개방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본격적인 외국기업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베트남이 이처럼 새로운 외국기업의 투자 유망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몇 가지 매력적인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우선 경제 규모의 잣대가 되는 인구가 7천3백만명이다. 남북한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상당한 내수요인과 풍부한 노동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베트남인들은 프랑스.미국과의 오랜 전쟁에서 승리한 데서도 엿볼수있듯이 매우 근면하고 영리하며 일에 관한 한 집중력을 갖고 있다. 양적으 로풍부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한 노동 인력이 산재해 있다.
베트남의 지역적 기반도 외국기업들의 군침을 흘리게 한다. 베트남은 인도 차이나반도의 "맹주"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는 인근캄보디아.라오스지역이 영향권에 있고, 중국 서남부지역을 공략의 전초기지 로육성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의 인구만도 2억3천만명. 절대 규모로만 따지면EU시장에 맞먹는다.
베트남 정부의 공식 통계로는 국민소득이 2백 US달러、 도시 근로자는 월평균 40~50달러를 벌어들인다. 인구 수에 비해 구매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지만 실정은 다르다. 중국 등 사회주의국가가 모두그렇듯이 베트남도 광범위한 지하경제가 존재하며 오히려 제도권 시장을 능가한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의 자금을 축적한 구매인구가 의외로 많고, 외제선호도가 높아 내수판매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이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기업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우대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주요한 유인요소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경제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베트남 정부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대우그룹의 오리온전기 가준공한 하노이공장이 향후 10년간 베트남에서 브라운관 독점생산권을 획득 한것이 좋은 예이다.
베트남 국가협력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자국에 진출한 10개 주요국의 총 투자규모는 올해 6월 기준으로 1백20억달러에 이른다. 투자건수도 9백12건에 달한다. 이 중 대만이 2백8건의 프로젝트에 26억5천만달러를 투입、 최다 투자국으로 부상했고 홍콩과 일본이 각각 21억6천만달러와 15억5천만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한국은 1백21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3억3천만달러를 투자、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에 투자를 가장 많이하고 있는 5개국이 모두 아시아국가라는 점이 이채롭다. 이들 국가가 모두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주요 경제지 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을 동남아시장의 새로운 거점으로 선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별 투자유형도 다양하다. 투자순위 2위와 4위에 랭크되어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호텔 등 관광 서비스부문에 집중돼 있다. 손쉬운 외화획득형이다. 이에 반해 한국.일본.대만은 인프라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도 자동차.가 전.섬유.농산물가공 등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지난 93년까지는 의류. 가구 등 소규모 제조업에 치중해왔으나 94년부터는 시멘트.철강.화학 등 기초 소재부문을 강화하고 있고, 올 상반기에만 7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미쓰비시가시멘트 플랜트와 자동차 조립에 나섰고 소니는 TV및 오디오、 노 무라증권이 공단 개발、 교에이철강과 미쓰이물산이 철강제품 생산.판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미국은 거대기업들이 총 출동할 태세다. 첨병인 코카콜라를 비롯해 IBM이 정보 기술제공 프로젝트를、 오티스 가엘리베이터 수리보수를, 질레트는 칫솔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은 금융기관이 베트남 진출을 정책적으로 지원、 벡텔.AT&T.크라이슬러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정권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한경쟁시대에 동남아지 역의 새로운 투자 유망지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 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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