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시대 영어 "공통어" 사용 논란

인터네트상에서도 미국의 문화 지배시대가 올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인터네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 통신망의 공통어로 사용되고 있는 영어가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인터네트의 진원지가 미국이고 무역이나 기술 등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영어가 이미 세계 공용어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 가상공간에서도 영어 가 종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영어를 무기로 인터네트가 미국의 문화를 전세계에 전파시키는 또 하나의 전초기지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를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 시키려는 "팍스 아메리카나"현상이 인터네트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것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네트상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각국의 언어들도 자동번역을 통해 사용될수 있는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세계 다양한 문화들이 이 가상공간에서 자리를 틀고 공존할 수 있게 된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다.

먼저 인터네트의 영어지배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측에서는 인터네트의 모든 정보가 영어로 되어있다는 사실때문에 비영어권 국가의 이용자들에게 이 정보의 보고,정보의 바다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지적한다. 이러한 언어의 장벽은 정보시대에서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정보의 격차현상을 낳게 되고 특히 인터네트가 기업가나 기술 엘리트에서 일반인들에까지 이용이 확산되면서 이는 더욱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네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영어만을 이해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크다. 이미 영화나 TV, 미키마우스만화 블루진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강력한 문화침투를 씁쓸하게 경험하고 있는 몇몇 국가에서는 국제통신망에서도 영어를 무기로 한 미국의 사고방식이나 이념이 여과장치없이 그대로 투과되는 매커니즘이 형성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에디트 크레송 EU(유럽 위원회) 위원이자 전 프랑스 총리가 "이제 TV나 영화산업에서 미국의 침공을 막는 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CD롬이 나 (인터네트에 구축할)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유럽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고 강조한 것은 인터네트가 미국 문화침투의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터네트상에서 이러한 미국의 문화지배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견해와는 반대로 인터네트에서는 앞으로 여러국가의 문화가 혼합된 복합문화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전세게 인터네트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4천만명정도 가 인터네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용의 열기와 더불어 각국마다 인터네트 사이트 개설 열풍이 불고 있다.

소규모의 자치령인 마카오에서부터 거대한 중국에 이르기까지 정부차원에서 또는 기업들의 홍보및 사업의 장으로 인터네트에 사이트 개설이 붐을 이루고있는 것이다.

인터네트 소사이어티의 조사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지난해 2개의 사이트에서올해 초에는 5백93개로 늘어났고 일본은 3만8천2백67개에서 9만9천여개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인터네트에서 웹을 포함한 사이트수는 지난해 2백만개에서 올해초 에는 5백만개로 2.5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인터네트에 개설된 사이트의 절반은 미국이외 국가들의 사이트다.

낙관론자들은 세계 각국이 이렇게 인터네트를 통해 자국의 문화나 기업을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미국도 이러한 나라들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인터네트상에서 여러나라의 언어가 공존할 수 있는 단초를 국제 문자코드 표준인 "유니코드"에서 찾고 있다.

미국 컴퓨터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결성해 개발한 이 디지털코드는 각국의 다양한 문자코드를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2바이트(16비트)의 형태 로 만들어 소프트웨어상에서 완벽하게 지원해 주는 통일 문자코드다.

이는 중국어와 같은 표의문자나 러시아어에서부터 산스크리트어까지 각국 언어의 문자및 기호를 컴퓨터상에 그대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번역도 그만큼쉬워 진다.

따라서 많은 비영어권 국가들도 그들나라의 언어로 인터네트에 데이터베이스 를 구축하거나 홈페이지를 만들수 있고 유니코드를 바탕으로 번역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정보를 다른 나라의 이용자들과 교환 또는 공유하기 위해 자동번역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받으면 일본어로 만든 홈페이지의 내용을 중국의 이용자는자국 언어로 검색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업체들은 인터네트상에서 여러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미국의 네트스케이프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이용자의 컴퓨터에 폰트가 내장되어 있다면 일본어나 중국어 또는 다른 나라의 언어로 홈페이지를 만들수 있게 해 준다.

자동번역 소프트웨어는 한때 메인프레임에서만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머지않아 PC에 기본적으로 내장될 것이라고 다소 성급한 전망을 하고 있다.

한편 현재 온라인서비스에서는 전자메일 메시지 번역서비스가 일부 현실화되 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컴퓨서브는 자동번역기를 이용하여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사람들이 참가하는 포럼에서 참가자의 발언 내용을 각 해당언어로 번역해 주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이러한 기술의 실현으로 각국의 소규모그룹들도 그들의 언어로 메세지를 전세계에 전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문화의 이질성 문제는 극복될 수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미국의 문화지배 현상은 종말을 고하고 앞으로 각국의 소규모 집단뿐 아니라 개인까지도 인터네트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다른 어떤 수단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현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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