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한글코드" 논쟁 재연 (상)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글통합형" 채택에 이어 한글컴퓨터가 "확장조합형" 을 고수키로 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한글코드논쟁이 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그러나이번 코드논쟁은 단순하게 "조합형"이냐, "완성형"이냐하는 과거의흑백논쟁 수준을 넘어 새롭게 유니코드라는 변수가 끼어듦으로써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유니코드 변수는 이 코드 자체가 MS.노벨.IBM 등다 국적 기업들의 이른바 "강자론이"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어서 국내 기업이나 사용자가 좌시할 수만은 없는 성질을 갖고 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한글코드논쟁의 역사를 짚어보고 서로 상반돼 주장되고 있는 코드방식의 특성을알 아보기로 한다. 또 마지막으로 한글코드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 전문가의견 등을 통해 제시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상) 한글코드 표준논쟁의 역사 한글코드논쟁은 지난 85년 표준코드제정에 대한 산업계.학계.정부의 의견이 결집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86년말까지 2년여동안 각종 자료수집 및 연구가 진행되면서 2바이트 조합형과 2바이트 완성형에 대한 시안검토가 있었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시시비비를 가린 끝에 87년 "KSC 5601-1987"이라는 명칭 으로 제정된 한글표준코드는 2바이트 완성형 하나뿐이었다. 2바이트 완성형 은 한글자모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의 현대한글 1만1천1백72자 가운데 불과4 분의1수준인 2천3백50자만 표현 가능했고 더욱이 고어는 처음부터 표현이 불가능했다. 물론 당시 업계 다수나 사용자들의 코드방식은 2바이트 조합형이었음은 물론이다. 87년의 표준코드제정은 이처럼 추후 논쟁의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글표현 글자수가 제한돼 있다는 업계와 사용자 불만은 일부 수용돼 91년 KSC 5657"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이 1천9백30자와 고어 1천6백77자가 포함된완성형확장 제1세트가 정부표준으로 추가됐다.

그러나 추가된 확장 제1세트는 실질적으로 한글표현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어 "KSC5 601-1987"제정에 못지 않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다시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2바이트 조합형이 지난 92년 "KSC 56 01-1992"라는 명칭으로 새표준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나 뒤늦은 2바이트 조 합형코드의 추가 표준제정은 큰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결과도 그리 만족할 만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MS-DOS" "윈도즈3.1"등 운용체계(OS)를 공급해온 MS가 정부표준 을 준수한다는 자체방침에 따라 당시까지 발표한 모든 제품에 완성형코드만 을 지원해온 까닭이었다. 즉 국내 응용SW의 개발환경이 완성형 위주로 사실 상 굳어져버림으로써 조합형코드 지원제품의 개발이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있는 상황이 못됐던 것이다.

그러던중 2바이트 조합형의 표준합류 직전인 92년 6월 서울 워커힐에서 국제 표준화기구(ISO) 회의가 열리게 됐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던 이 회의는 결과적으로 또 다른 코드논쟁의 불씨만 재워둔채 끝이났다.

이 회의에서는 MS등이 주도하는 유니코드컨소시엄이 91년말 배포한 유니코드1.0 규격을 확정하는 것이었는데 이때 우리나라는 유니코드의 국제 다국어 문자판에 "KSC 5601-1987"의 2천3백50자와 "KSC 5657"의 1천9백30자를 비롯 그외의 2천3백70자 등 도합 6천6백56자의 완성형자를 반영했다.

이와함께 1만1천1백72자의 현대한글 가운데 6천6백56자를 제외한 4천5백16자 와 고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른바 "자소조합형(뒤에 첫가끝조합형으로 개칭)"이라는 새로운 조합형코드를 반영시켰다. 당시 우리나라의 회의참가 관계자들 생각은 "KSC 5601-1987"과 완성형 확장세트를 사용하다 점차" 자소조합형"으로 바꿔 나감으로써 코드통일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92년 서울ISO회의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뿐 아니라 오직 정부 표준만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MS가 지난해부터 "윈도즈NT" 및 윈도즈95 등의 한글화문제에 봉착하면서 돌연 유니코드와 한글코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MS의 돌변은 미본사가 "윈도즈NT"는 물론 차세대 OS인 "시카고"를 유니코드환경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 굳혀졌기 때문이다. 즉 "윈도즈95"와 윈도즈NT 및 "시카고"의 한글코드가 별개여서는 안된다는 방침이 확인된 것이다. MS는 지난해말부터 토론토、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잇따라 열린 유니코드컨소시엄의 유니코드기술위원회(UTC)를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MS는 미본사의 영향력을 동원、 드디어 올 3월 제네바에서 열린 UTC회의에서 자사가 원하는대로 1만1천1백72자를 완성형자로 구현할 수 있는 이른바 "확장완성형"을 유니코드2.0 에 반영시키는데 성공했다.

"확장완성형"은 "유니코드1.0" 상의 "KSC 5601-1987"과 "KSC 5657"등에 흩어져 있던 완성형자를 한곳에 헤쳐모이게 하여 가나다순 배열을 가능케 한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글의 음소문자적 특성과 고어표기 가능성은 또다시무시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MS가 "윈도즈NT 3.5" 및 "윈도즈95"등에 채택키로 한 "한글통합형"은 1만1천1백72자의 한글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니코드의 확장완성형 과 같다고 할 수 있으나 가나다순배열 방식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다.

즉 "윈도즈NT 3.5"등에 채용되는 "한글통합형"은 기존 KSC 5601-1987의 2천3 백50자와 KSC 5657의 1천9백30자、 새로 추가된 6천8백92자가 각각 별도의문 자판으로 배열됨으로써 실행시 가다순 배열이 쉽지 않게 됐다. 한때 MS는"확 장완성형"과 "한글통합형"이라는 단어를 혼재해 사용한 바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확장조합형" 고수배경은 국제 다국어문자코드의 제정과정과 MS의 전략변화에 대한 역정에 대한 정면 맞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사가 서로다른 코드방식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사용자 편의보다는 기업편의 또는 기업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배경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보여 적지않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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