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판파동 비상걸린 PCB 업계

지난해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한 PCB업계가 최근 원판(C CL)를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의 폭등과 원고 등의 잇따른 악재로 비상이 걸렸다. PCB업체들은 최근 한 두달 사이에 불거져 나온 이들 악재들로 인해 자칫 "호 황속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갖고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현재 PCB업체들이 제조원가 인상요인으로 가장 부담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원판가격 인상과 환율문제.

이들요인들은 당초 임금인상과 함께 올 제조원가 추가부담요인으로 어느정 도 예견돼 왔다. 그러나 환율의 경우 수출물량과 원부자재 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원화와 엔화의 가파른 오름세가 심화되면서 자체흡수 노력만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이달초부터 에폭시 원판의 공급가격을 종전보다 14%이상 인상한다 는 두산전자.코오롱전자 등 원판업체들의 발표가 잇따라 터져나오자 올해 장사는 "빛좋은 개살구"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원판 문제는 두자릿수 인상이 주는 직접적인 타격뿐 아니라 이같은 국면을 더 부추길 구득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PCB업체들을 한층 긴장시키고 있다.

PC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에폭시원판은 최근 PCB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통신.자동차 등 산업용 분야에 채용되는 양면.다층PCB의 원자재라는 점에서 업계가 받아들이는 충격은 올초 페놀원판가 인상때보다 훨씬 크다"고 말한다. 그는 또 "특히 다층PCB의 경우 수출의 의존도가 높은데 이미 올초에공급가격이 정해진 상태여서 가격보전이 어렵다는 점도 PCB업계의 채산성 악화를 부추길 요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인다.

PCB업계는 현재 원판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14% 이상의 원판 공급가격 인상으로 인한 제조원가 추가부담은 약 6~7%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비교적 양산으로 인한 공장가동률이 높은 대형PCB업체들의 자체분석 결과다. 따라서 이들보다 양산능력이 떨어지고 선수금결제 등으로 결제조건이 열악한 대다수 중소업체들의 경우 원판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부담은 10% 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PCB업체들의 평균 이익률이 5~8%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원판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수지를 앉아서 고스란히 까먹고 있다"는 PCB업체들의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닌 셈이다.

업계일각에서는 이번 원판가격인상이 호황국면을 보이는 PCB업계에 "이례적 "인 지각변동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는 성급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심화조짐을 보이는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채 질해 PCB시장에 또 한번의 "구조 조정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바로 지각변동의 실체이다.

일부대형 PCB업체들은 이와관련 연초 사업계획을 수정해 6층 이상의 고부가 가치 제품생산을 확대해 나간다는 대응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어차피 같은 자재값이라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해 원가부담을 흡수하겠다는 적극적인 자구노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비록 PCB시장이 "주문생산"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만 PCB업계가 세트의 고성능.소형화 추세에 보다 발빠르게 대응해 나간다면 부가가치가 높은다층제품의 수요창출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문제는 이같은 대응이 그나마 기술력을 보유한 몇몇 대형업체들이나 가능하다는데 있다. 나머지 1백여개 중소업체들의 경우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기술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들은 과도한 추가 원가부담을 안고 생산 을 해야할 입장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소업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물량확보 문제다.

현재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유리섬유의 품귀로 원판생산이 부족할 경우우선 공급순위에서 자신들이 대형 PCB업체들에 밀릴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인상에다 구득난까지 예상되는 원판파동은 국내시장에도 미국.일 본 등지에서 나타났던 PCB업계의 "공장 문닫기" 유행을 가져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그 피해 대상은 주로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들이 될 확률이 높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PCB업계관계자들은 이와관련 "PCB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부추기는 최근의 상황은 자칫 PCB생산 공동화를 가져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는 결국 세트의 수출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PCB 단가인상 등 세트 업체들의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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