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 엔고시대 (4);컴퓨터

최근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엔고의 여파는 국내 컴퓨터산업에 일단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부품 수급면에서 대미수입의존도가 높아 부품의 대일수입에 의한 원가상승압박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측면에서 다소 유리할 전망이나 경쟁 대상제품이 일본산이 아닌 미국산제품이어서 그 효과는 다소 미지수이다. 국내 컴퓨터업체들이 대외 경쟁력을 갖고 생산하고 있는 간판상품인 PC의 경우CPU RAM、 HDD 등이 주요 핵심부품이다. 이 가운데 RAM의 경우 삼성전자、 LG일렉트론、 대우전자 등이 국내 생산하고 있어 이번 엔고로 오히려 일본제품과의 수출경쟁력면에서는 유리한 실정이다. 또 컴퓨터의 머리격에 해당하는 CPU의 경우 인텔、 AMD 등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고 있고 HDD도 삼성전자 가 일부 제품을 생산하는 데다 퀀텀.시게이트 등세계적인 HDD업체들은 주로 미국과 동남아 등지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어 엔고의 영향권밖에 있다. 따라서 부품조달 및 수급측면에서 엔고가 국내 컴퓨터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하다. 단지 국내 PC 수출물량 대부분이 미주 등지에 집중돼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를 다시 원화로 환전할 때 환차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유럽 등지에서는 엔고와 함께 마르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컴퓨터 수출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팩시밀리.복사기 등 사무기기는 일본이 주요 수출 경쟁국이어서 수출측면에 서는 상당히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팩시밀리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대부분 부품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에 엔고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보통용지 팩시밀리의 경우 일본 업체들과 세계 시장에서 바로 맞서기때문에 수출경쟁력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감열팩시밀리의 경우에는 이미 마쓰시타.산요.

샤프등 일본업체들이 엔고에 대비、 전체 생산물량의 60% 정도를 동남아현 지공장으로 이전했기 때문에 크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사기의 경우 국내 업체 대부분이 모델별로 차이는 있으나 메인모터 OPC드럼등 핵심 부품의 대일의존도가 제품원가의 10%정도에 불과해 이번 엔고에 따른 원가 인상 압박요인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도리코.코리아제록스.롯데 캐논 등 국내업체 대부분이 일본업체들과 제휴관계를 형성、 완제품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어 엔고가 대일수출물량 증대에 다소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내수 지향적 산업으로 성장해온 멀티미디어 카드산업의 경우 가전등 타산업 에 비해 엔고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엔고로 인해 그동안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수출길이 다소 열릴 것으로기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을 비롯 중소 전문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와 아울러 시장진입 을 적극적으로 경주하고 있는 CD롬 드라이브는 이번 엔고 여파로 수출길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 CD롬 드라이브시장은 마쓰시타.소니.도시바.NEC 등 일본 업체들 이 80% 이상을 석권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급격한 엔화강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 틈을 비집고 네덜란드 필립스와 필립스의 CD롬 드라이브 메커니즘을 탑재 해온 대만의 CD롬 드라이브업체들이 주력시장인 미국시장 공략에 이미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등 국내 CD롬 드라이브업체들도 최근들어 외국 유명 PC업체와의 OEM공 급계약 체결에 적극 나서 일본 업체에 일방적으로 밀려온 CD롬 드라이브시장 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 한 수출관계자는 "최근 세계 최대 PC업체의 하나인 미국업체가 그동안 탑재해온 일산 CD롬 드라이브를 LG전자로 전환할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히면서 엔화강세 추세가 지속되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 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 CD롬 드라이브업체들이 엔고를 등에 업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데 제약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픽업등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기하지 않고는 일본 장벽을 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운드카드.MPEG카드.주기판.VGA카드업계도 엔고선풍을 타기 위해 다각적인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운드카드와 MPEG카드업계는 엔고가 대일시장개척의 호기로 보고 일본 시장을 겨냥한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들어 일본 PC업계가 그동안 고수해온 비IBM전략을 선회、 IBM과 호환할 수있는 PC의 생산에 본격 나서고 있어 멀티미디어카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옥소리.두인전자.다우기술.서두미디어 등 국내 멀티미디어업체들은 지난해부 터 대일시장개척 차원에서 소량 수출해온 경험을 엔고에 연계、 대량수출의 물꼬를 튼다는 전략하에 일본에 지사설립 등 판매거점 마련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멀티미디어 카드업계는 대일 수출확대보다 더욱 시급한 현안을 안고 있다. 다름아닌 전용 아날로그IC의 수급난 해소이다.

지난해말부터 수급난을 겪어온 전용 아날로그IC 구득난은 일본 고베지진 여파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이번 엔고로 인해 가격마저 하루가 다르게 뛰고있는 실정이다. <이희영.함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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