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사가 호환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에 부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칩 제조업체로 지난 10여년간 PC시장을 지배해온 인텔 이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사이릭스, 넥스젠(Ne.-Gen) 등 호환업체들의 협공에 코너로 몰리고 있다. 넥스젠을 필두로 인텔 최상위기종인 "펜티엄" 호환칩을 쏟아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넥스젠은 이미 펜티엄 하위기종의 호환칩을 내놓고 파상공세의 첨병을 자임한 상태다. 또 프로세서 시장 2위업체인 AMD도 최근 코드네임 "K5"로 알려진 펜티엄 최상위기종 호환칩 설계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M1"이란 코드명으로 알려진 사이릭스의 펜티엄 호환칩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95년 중반을 목표로 펜티엄 호환칩 양산 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AMD.사이릭스가 인텔 호환칩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AMD의 경우는 8086프로세서를 IBM에 처음 공급한 이래 줄기차게 호환칩을만들어 인텔을 괴롭혀왔다. 하지만 이들 업체 가운데 어느 업체도 아직까지프로세서 시장점유율을 15%이상 늘리는데 성공한 업체는 없었다. 그만큼 인 텔의 방어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AMD.사이릭스에서 나오는 펜티엄 호환 칩들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내용과 성능면에서 인텔제품과 전적으로 차별화되 기 때문이다. 이들 호환칩업체는 인텔 설계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했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독자적인 펜티엄 호환칩을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보고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인텔 칩과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성능면에서는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또 인텔이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자사제품이 같은 수준의 펜티엄보다 성능면에서 30%정도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AMD.사이릭스 등 호환칩업체들의 제품개발 간격이 점점 좁혀지는 것이 인텔에는 또 다른 고심거리다. AMD가 386호환칩을 처음 만드는데는 5년이 걸렸으나 486칩을 만드는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펜티엄은 AMD목표대로 생산이 이뤄진다면 2년만에 호환칩이 나오게 된다. AMD는 펜티엄 다음 세대 제품에서는 인텔과의 간격을 1년 정도로 줄이고 그 이후 제품에서는 거의 동시에 제품을 내놓겠다고 벌써부터 호언장담하고 있다.
AMD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자 인텔도 고육지책으로 차세대 제품을 서둘러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인텔은 AMD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펜티엄 다음세대 "P6"칩 발표를 내년으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는 펜티엄이 486의 뒤를이어 나온 시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신제품 발표주기가 짧아질수록 인텔로서는 시장에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되는 고충이 있다. 인텔은 PC시장 주류를 펜티엄으로 옮기기 위해 올해 벌써 펜티엄 기본모델의 가격을 50% 정도 인하했다. 또 신제품이 나오면 이전 제품가격이 떨어지게돼 486칩은 현재2백달러 이하에서 팔리고 있다.
인텔이 PC시장의 중심을 펜티엄 체제로 몰아가기 위해 486칩을 헐값에 내놓고 펜티엄 가격을 인하하면서 엉뚱한 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아직도 48 6쪽에서 거둔 수익이 충분치 않은 컴팩 컴퓨터사 등 PC제조업체들은 인텔이 펜티엄의 판매를 위해 의도적으로 486이 시대에 처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인 컴팩의 에커드 파이퍼사 장은 공공연히 인텔을 비난하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AMD 등 호환업체의 제품을 채용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 반도체시장 정상의 업체로 해마다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신제품을 개발, 경쟁업체를 뿌리쳐왔다. 이 과정에서 인텔이 PC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도 상당하다. 하지만 냉정한 경쟁사회에서는 과거는 별로 중요하지않다.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논리만이 통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인텔이 살아남는데 신제품 개발과 특허소송 및 가격경쟁 등 외에는 별 신통한 방법이 없다. 좋은 시절은 사라지고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따돌려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함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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