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30건 중 12건서 내용 명시...수주 위해 사람 수 맞추기 급급
정부가 투입 인력을 근거로 소프트웨어(SW) 사업비를 책정하는 '헤드카운팅' 방식 철폐를 외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헤드카운팅을 고수하고 있었다. 헤드카운팅 방식은 SW 기술력보다 인력 수를 중시, SW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적폐 요인으로 지적됐다. 헤드카운팅 철폐 정책이 실효성을 띠기 위해서는 관련 법 통과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5일 전자신문이 올해 1분기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사업비 10억원 이상 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제안요청서(RFP)를 검토한 결과 30개 사업 가운데 12건(40%)이 헤드카운팅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다.
12건의 RFP에는 △인력 투입계획 요청 △투입 인력의 이력서 요구 △인력 교체 시 발주 기간의 승인 요구 등이 포함돼 있었다.
헤드카운팅은 공공SW 사업의 대표 폐단으로 꼽힌다. 헤드카운팅은 사업 투입 인력 수를 근거로 사업비를 산정하고 인력 투입 현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발주자가 헤드카운팅 방식으로 사업을 발주하면 사업자는 인력 수 맞추기에 급급해진다. 사업 수주를 위해 과도하게 인력을 투입하다 보니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는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SW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정부도 헤드카운팅 방식 문제를 공감,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에 나섰다.
SW 사업 발주 부처와 산업 주무 부처가 함께 고시를 개정하면서 적극 움직였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3월과 8월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지침'과 'SW 사업 관리 감독에 대한 일반기준'에서 일부 예외 사업을 제외하고 투입 인력 요구와 관리 금지를 제도화했다.
법 시행이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개선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국민연금공단(웹팩스 자동입력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은 공정별 핵심 인력 계획 제출을 명시했다. 경찰공제회(자산운용시스템 구축)는 △인력투입요청 계획 △이력서 △인력 교체 시 발주 기관 승인 등 헤드카운팅 주요 내용을 모두 적시했다.
업계는 헤드카운팅 철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와 과기정통부는 별도의 SW RFP 모니터링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RFP에 헤드카운팅 적시 사례가 발견되면 해당 부처나 공공기관에 수정 의견을 전달한다. 그러나 권고 수준에 불과, 발주 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시 개선 등 헤드카운팅 철폐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일부 발주자는 여전히 헤드카운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고시 수준이 아니라 법 개선 등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행안부, 조달청과 함께 협력해서 SW RFP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처나 기관에는 개선을 권고한다”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SW진흥법 전면개정안에 RFP 사전 심사 기능을 추가했다. 법이 통과되면 발주 전에 미리 헤드카운팅 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어 헤드카운팅 철폐가 현장에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