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가상화폐 사업에 속도를 낸다. 자사 플랫폼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다양한 서비스와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국내에서 인터넷은행과 블록체인 사업에 직접 손대는 대신 기존 사업 연장선상에서 결제·가상화폐 사업 강화에 나선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페이 포인트의 타인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약관을 개정했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회사가 정한 방식으로 회사 시스템에 의해서만 양도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기존 약관은 네이버페이 포인트 양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바꾼 약관은 포인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포털 페이지를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합치거나 건네줄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았다. 개정 약관은 다음 달 16일부터 적용한다. 기존 약관은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에게 매매 또는 양도하거나, 실질적으로 매매 또는 양도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포인트 양도 서비스 출시를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금융 당국과의 논의를 마치고 약관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 포인트 양도가 가능할지는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마일리지 개념이 합쳐진 가상화폐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하거나 계좌나 카드로 포인트를 충전하면 총 금액의 일정한 퍼센트(%)를 적립해 준다. 예를 들면 5만원을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충전하면 1000원을 더 얹어 준다.
업계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양도가 가능해지면 우선 '선물하기' 기능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CJ원(ONE), OK캐시백 등 다른 서비스가 이미 운영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포인트는 가맹 온·오프라인 숍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원의 가치는 현금 100원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 현재 네이버페이 1인당 적립 한도는 200만원이다.
네이버페이는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과 함께 국내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다. 2018년 기준 연간 거래액은 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계좌나 카드를 미리 연결해서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약 26만개 쇼핑몰, QR코드 결제 오프라인 상점 16만개를 가맹점으로 확보했다. 카드사 9개, 은행과 증권사 18곳과 제휴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쓰임새가 다양해지면 블록체인 등 시장에 어떠한 형식으로든 합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일본 법인 라인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인 '링크(LINK)'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링크체인'을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일본에서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클레이튼'을 추진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하지 않는다. 생태계 내 '유저 보상(Reward)'이 목적이다.
암호화폐 서비스 기업 디쿤의 장중혁 이사는 “포인트 양도가 가능해지면 송금, 상품권 등 여러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링크체인의 경우 원화 가치가 있는 네이버페이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면 수십만개 가맹점과 파생 금융 서비스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