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화재로 마포 일대 통신망이 마비돼 수많은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금융기관·공공기관도 피해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피해를 입지 않고 정상 영업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통신망 이중화를 넘어 통신사를 여럿 이용하는 '삼중화'를 통해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피해를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유·무선 통신망을 조합해 재난을 예방한 스타벅스 사례를 국가 중요시설이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21일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2011년까지 단일통신사만 이용했다. A 통신사가 메인망과 백업망을 모두 설치했다. 이 같은 방식은 KT 아현지사 화재에서 보듯 통신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메인망과 백업망이 동시에 불통될 위험이 있다.
스타벅스는 2012년 통신사 2곳과 계약하는 '망 이원화'를 단행했다. 회선이 두 개인 점은 이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한 통신사 지사에서 화재가 나더라도 다른 통신사 지사가 무사하기 때문에 정상 결제가 가능하다. 단일 통신사가 망을 이중화하는 것보다 안전하다.
스타벅스는 2017년 결제시스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선 2개 회선에 무선 1개 회선을 더하며 '망 삼중화'를 단행했다. 유선이 모두 두절되더라도 무선이 작동하는 만큼 결제시스템은 정상 운용된다.
3개 통신사 지사에 모두 화재가 발생하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불통 혹은 중단 염려가 없다. 이는 제1 금융권 등 극히 일부가 도입한 고강도 안전 대책이다.
스타벅스는 메인 유선 망에 장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백업 통신사로 전환되고 이마저 단절되면 무선 롱텀에벌루션(LTE)으로 전환되도록 했다.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유독 스타벅스만 문제없이 카드 결제가 가능했던 것은 이 같은 망 삼중화 시스템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사례는 국가 중요시설보다 뛰어난 재난대응책이라는 점에서 국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현재 47개 정부부처 가운데 망 사업자 이원화를 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KT 아현지사 화재에서 이원화를 하지 않은 정부기관과 금융권이 통신망 두절 피해를 입었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공공기관 등이 반드시 망을 이중화하고 동시에 망 사업자를 이원화하는 내용의 법률안도 발의됐다. 이 의원은 경찰, 소방, 은행 등이 망을 이중화하고 이를 각각 다른 통신사가 운영하도록 하는 전자정부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민간회사인 스타벅스도 이처럼 통신망 관리를 엄격히 하는데 국가기관이 엉터리로 관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는 반성하고 망 이중화·사업자 이원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