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지도받는 학생에 불과한데 최근 문제 오류도 관리 부실 탓"
국내 최대 영재 정보기술(IT) 대회인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출제위원 절반이 교육 비전문가 조교로 확인됐다. 공식으로는 한국정보과학회 소속 교수가 문제 출제·검수를 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조교가 상당수 수행했다. 최근 발생한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문제 출제 오류 원인으로 관리 부실이 지목됐다.
24일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연도별(2014∼2018년) 정보올림피아드 출제위원 명단에 따르면 매년 출제위원 가운데 절반은 조교가 참여했다.
조교는 대회 때 출제되는 문제를 추려 내고 분석하는 선제·분석을 담당했다. 선제·분석은 대회 난이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지역 예선을 거쳐 실시되는 전국대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역예선은 매년 조교가 참여해 문제를 출제했다. 지난해 지역예선 문제 출제에는 조교(4명)가 교수(3명)보다 더 많았다. 조교는 교수와 동일한 인건비를 받았다.
교육 전문가는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정보올림피아드 문제 출제 과정이 파행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문제 출제와 분석뿐만 아니라 최종 점검하는 검수 과정에서도 조교가 해마다 평균 절반 이상 참여한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2015년 지역 본선대회에서는 검수 위원 8명 가운데 교수는 2명에 불과했다.
한 대학 교수는 “정보올림피아드는 국내 IT 영재를 가리는 대회라고 알려진 만큼 문제 수준과 출제·선제·검수 과정에서 전문 교수가 참여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조교는 교수 지도를 받는 학생에 불과한데 이렇게 대회가 운영됐다는 점에 놀랍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관련 분야 전공 석·박사 과정이고, 문제 출제 교수가 실력을 검증한 학생”이라면서 “조교 일부가 출제·검수 과정에서 참여했다는 것이지 책임은 모두 교수가 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국정보과학회는 “대부분 문제 출제는 교수가 했고, 검증 과정 등에서 올림피아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과 기업 재직자가 조교로 참여한 것”이라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 방향에서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국가가 공인하는 시험인 정보올림피아드가 학생 스펙 쌓는 용도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면서 “문제 오류 사태뿐만 아니라 출제 과정에서 교육 비전문가가 다수 참여했다는 점은 정부와 공공기관 관리 책임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 주는 단편 사례”라고 말했다.
정보올림피아드는 최근 지역예선에서 문제 출제 오류 사태를 일으켜 비난을 받았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오류로 확정한 7문제 가운데 4문제는 '정답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문제 출제 과정에서 제대로 검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절차에 따라 문제 출제와 검수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제거하지 못한 출제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표]연도별 정보올림피아드 출제 위원(선제·분석·검수) 교수·조교 수, 자료:송희경의원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