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자금 먼저 조달해 서비스 공개' 4.0 시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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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이 주최한 제7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가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4.19, 세계를 이끌 핀테크 혁명(AI to Blockchain)'을 열렸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암호화폐의 본질과 성장기회'를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블록체인은 한국 창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혁신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십년 내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기업이 기업공개(IPO) 대신 암호화폐공개(ICO)로 자금을 먼저 조달받아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는 '창업 생태계 4.0' 시대가 열립니다.”

제7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블록체인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블록체인을 기술만이 아닌 다른 형태로 활용하고 수많은 산업 혁신을 촉발시키는 이음새로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기술로만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한계를 뛰어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날에는 창업하려면 조직을 구성하고 법인을 설립, 서비스를 선보여서 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계를 거쳤다”면서 “그러나 블록체인을 창업 시스템에 접목하면 ICO를 통해 창업 기업이 필요 자금을 먼저 받은 후 회사를 운영하는, 선후가 바뀌는 체제가 도래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제가 시장에 도입되면 좀 더 안정된 혁신 서비스를 해당 기업이 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상용화할 수 있다. 지분 참여를 원하는 많은 이에게는 프리 ICO를 통해 자사 코인을 할인된 가격에 발행하는 또 하나의 디지털 화폐 시장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거 IT벤처 붐 시대와 마찬가지로 ICO를 통해 자금만 조달받고 '먹튀'하는 사기 기업 양산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ICO 시장에 대한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창업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또는 이미 시장에 진출한 기술력 있는 기업이 진행하는 리버스(Reverse) ICO도 새로운 투자 기법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면서 “텔레그램이 자체 코인 발행을 통해 이미 시장에서 7000억원을 조달한 게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 등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직상장하는 '거래소 공개(IEO)' 개념까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코인을 발행해서 대중에게 공매하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해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암호화폐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순 투자 개념을 넘어 동산과 부동산을 사고파는 시장까지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이더리움 기반 ERC 플랫폼을 활용하면 건물 전체를 매입하지 않고 건물 중 10만분의 3을 소유할 수 있는 새로운 재산 형성 틀이 만들어진다”면서 “앞으로 자산은 물론 음악, 미술, 지적재산권 등을 토큰으로 치환해 보유하는 '크립토 키티'형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립토 키티는 해외에서 개발한 게임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가상 고양이를 기르고, 교배·증식까지 가능하다. 이 게임은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화, 정체성을 보유한 가상 고양이를 기를 수 있다. 일반 게임은 캐릭터 등을 무한 복제하지만 이 게임은 다르다. 15분마다 고유 번호를 갖는 고양이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더리움을 통해 구매한다. 고유 ID를 부여하는데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고양이가 된다. 스크린샷 등을 통해 복사나 복제가 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 게임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면서 “무한 복제가 가능하면서도 고유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여러 산업에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계에 대해 그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일종의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상품권으로 봐야 한다”고 정의했다. 그동안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에 대해서도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혼란이 가중된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아직 명확한 법률상의 정의는 없지만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 즉 일종의 보상 체계”라면서 “암호화폐를 화폐로 봐야 하는지 하나의 상품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정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정부가 검토하는 과세 등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글로벌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는 물론 거래소, 기업 등 유관 사업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우리가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했지만 글로벌라이제이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은 자본이 많고 정보가 많은 국가가 유리하지만 블록체인은 오히려 한국이 우수 인력도 보유하고 있고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평가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