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을 옥죄는 여의도발 '포지티브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 법제화 시도가 어이지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에서 정하는 것 이외의 사업을 불허하는 법체계다.
네거티브 규제를 새해 경제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국내 정보기술통신(ICT) 융합 신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규제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ICT 융합 신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포지티브 방식 법체계가 지목됐다. 보고서는 사전 허용과 사후 규제 방식인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네거티브 규제 전면화 추진을 위한 원칙으로 개별 법령에서 정의 규정과 제품〃서비스 분류 체계를 포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 적용 영역과 유형에 부합되는 법조문 발굴·개정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부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인터넷 사업자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법에서 금지하지 않으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확립, 지속 가능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길홍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도 규제 혁신 오픈토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분야 활성화를 위해 규제 방식을 포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 영역에선 포지티브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시도가 이어지면서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 사례다. 이 법안은 부가통신역무를 △인터넷 주소〃정보 등의 검색과 전자우편〃커뮤니티〃디지털콘텐츠 등을 종합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가 유형) △음성〃데이터〃영상 등 송신 또는 수신을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나 유형) 등 4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4개 유형 이외의 부가통신역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사업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 생기는 셈이다.
인터넷업계는 이 같은 열거주의식 규제가 영역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산업 흐름에 역행한다고 비판한다. 급변하는 인터넷 산업 환경에서 새로운 산업 발굴과 법 사이의 간극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경쟁에 뒤처진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은 부가통신 서비스의 일반 정의만 있을 뿐 서비스를 세분해서 정의하지 않는다. ICT 융합을 위한 기존 법률 개정 방향에도 배치된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정보통신 융합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기술·서비스를 신속 처리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포털 시장에 경쟁상황평가 도입도 규제 강화 시도로 지목된다. 법안 자체로 포지티브 규제는 아니지만 무리한 시장 획정을 감행할 경우 인터넷 시장 범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28일 “신경민 의원 개정안에서 정의된 4개 부가통신역무 유형은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4개 유형 이외의 영역을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고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개정안이 법제화되면 기업이 신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넷도 “부가통신사업자에 규제를 더 얹는 것은 무한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 산업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면서 “부가통신서비스 진입 규제, 기간통신사업자 수준의 강한 규제 시도는 역차별을 초래해 국내 사업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