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파행됐다.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논의도 중단됐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이 초반부터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달 결산국회 파행을 겪은데 이어 1일 시작된 정기국회에서도 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일정 조율은커녕 조율을 위한 사전논의도 없는 상태다. 결산국회 파행이 정기국회에서도 계속됐다.
이에 더해 자유한국당은 지난 1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라 규정, 강하게 반발하면서 과방위를 포함한 전체 상임위 일정과 회의까지 불참 방침을 정했다.
산적한 과학·기술, 정보·통신 현안과 입법과제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20대 국회 시작 후 위원회에 상정된 328개 법안·결의안 중 18개만 처리됐다. 그마저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단 1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과 연구 활동 환경증진을 위한 과학기술기본법과 연구실안전법 개정안 검토작업이 멈췄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예산권 강화를 위해 개정이 요구된다. 과기혁신본부가 기획재정부와 연구개발(R&D) 지출 한도를 공동 설정하고, R&D 예타 조사 권한을 기재부에서 이관 받는데 필요한 법안이다.
폭넓은 협의가 필요한 단통법 개정안, 유심폭리방지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도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사장 퇴진압박 중단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퇴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까지 만들어 이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필요시 탄핵소추까지 추진한다. 이 위원장이 방송장악 의도로 MBC 사장 퇴진 압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방통위는 업무상 독립성이 유지돼야 하는 독립 합의제 기관”이라면서 “이 위원장이 중립 본분을 망각한 채 방송장악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보이콧을 철회해도 난관은 남아있다. 국민의당은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한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제출된 당론, 법안을 폐기시키고 자신들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여야 추천 공영방송 이사진 비율 조정, 사장 선임 절차에서 이사진 3분의 2 찬성이라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약속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주장은 반론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당 입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위원장 사퇴를 계속 주장하는 한국당 때문에 상임위가 정상화되지 못하는데, 정기국회까지 보이콧했다”면서 “물밑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