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대신 '블록체인'...내달 MTS에 도입

다음 달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블록체인 개인 인증이 도입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국내 첫 사례다. 추후 금융권의 공동 블록체인 확대 구축 시 금융 소비자는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 없이도 은행, 증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권 거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인인증 서비스를 넘어 카드 분실 내역 등 금융권 정보 공유까지 블록체인이 실생활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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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게티이미지뱅크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다음 달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개키(PKI) 기반의 개인인증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시범 서비스 개시와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한 25개 증권사 MTS 인증센터에는 '블록체인 인증'이 추가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블록체인 인증은 별도의 만료 기간이 필요 없지만 스마트폰 교체 주기 등을 고려, 갱신 기간을 3년으로 정했다”면서 “추후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매년 갱신 비용 없이도 모든 금융권에서 인증 한 번으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용 공인인증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컨소시움에 참여한 25개 증권사 가운데 유안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현대차투자증권 등 4개사는 이달 중 시스템을 개발 완료한다. 나머지 20여개 증권사도 다음 달까지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공동인증뿐만 아니라 무결성과 부인방지가 필요한 다양한 업무에 확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도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직원 이해도 향상과 기술 습득을 위해 블록체인 공동 인증 서비스 구축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거론됐지만 일반인이 체감하기에는 어려웠다.

김태룡 금투협 정보시스템실장은 “블록체인은 특정 서비스와 결합 없이는 큰 파괴력을 갖기 어렵다”면서 “금융투자업계가 블록체인의 첫 사업으로 개인 인증과 정보 공유를 택한 이유도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서 인증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금융권, 특히 증권가에서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장 블록체인 인증 도입만으로 절감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 정보 저장에 따른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장외채권 청산 결제 분야 등 각종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금융투자업계 블록체인 컨소시엄은 지난 7일 회원총회를 열고 2차 블록체인 사업으로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 개선'을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신분증 분실 정보를 블록체인망 내부에 공유하면 각 증권사는 신고 내용을 실시간·자동 전파할 수 있다. 2차 사업 구축 완료 시점은 10월 말이다.

각 증권사는 2차 사업 개시와 함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업무와 어떻게 연동할지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황국현 CIO협의회장(유안타증권 상무)은 “블록체인이 당장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금융투자업계가 4차 산업혁명의 장기 청사진을 그린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면서 “우선 고객 인증을 시작으로 장외 채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올해는 우리나라 금융 산업이 블록체인 활용을 가시화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선보일 블록체인 인프라는 앞으로 은행·보험 등 국내 모든 금융 산업에 연계 활용하고, 나아가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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