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서 기업들이 자사 근무 조건을 신입사원 확보를 위한 무기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짧다'거나 '유급 휴가가 보장된다'는 등 근무 조건을 강조하며 신입사원 지원 유치에 적극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올해 채용 시장에는 야근 시간이나 보장하는 휴일 수 등 일하는 환경을 학생에게 홍보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14일 보도했다.
대형 금융회사인 오릭스는 지난달 말 도쿄 도내에서 연 취업설명회에서 같은 달 시작한 이 회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 방안을 소개했다. 오릭스 인사 담당자는 설명회에 참석한 구직자에게 5일 이상 유급휴가를 얻으면 5만엔(약 49만4000원) 상당 장려금을 주고 하루 근무시간을 20분 단축했다고 구직자를 설득했다. 이 회사는 인재 선점을 위해 내년 봄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설명회를 벌써 시작했다.
요미우리는 이처럼 기업이 구직자에게 근무환경을 적극 알리는 경향에 대해 “대기업 덴쓰(電通) 여성 신입사원의 과로 자살 문제를 계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근무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 12월 광고업계 대기업인 덴쓰(電通) 여자 신입사원이 과로로 우울증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기업의 장시간 근무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취업활동 사이트 '모두의 취직활동 일기'에 따르면 구직자 사이에서 취업 희망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던 덴쓰는 신입사원 자살 타격을 받아 지난달 조사에서는 23위로 급락했다.
취업사이트 마이나비의 구직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사하기 싫은 회사'를 물었을 때 2001년에는 2.9%만이 '야근이 많은 회사'를 꼽았지만 올해는 같은 대답을 한 비율이 14.5%로 높아졌다. '휴일, 휴가를 얻을 수 없는 회사'라는 응답 역시 15%에서 25.7%로 높아졌지만, 반대로 '일이 재미없는 회사'라는 응답은 34%에서 21.6%로 낮아졌다. 직장을 구할 때 일의 내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반면 휴일 보장이나 야근 상황에 대한 고려가 커진 것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