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이달 14일 시행된 가운데 대용량 전기시설의 전력계통 가부를 평가하는 전문인력 자격 요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IDC), 고층 빌딩 등 10㎿ 이상 규모 전기사용 건물·시설에 대해서는 전력계통평가 대행자의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기준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국전력·전력거래소 경력이 필수로 요구돼 다른 분야에서 전력계통평가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국건축전기설비기술사회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이 다른 산업군의 참여를 제한하고 한전 관련 경력자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며 전력계통영향평가 대행자 등록 기준 완화를 위한 행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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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게티이미지

건축전기설비기술사회는 현 기준으로 전력계통영향평가 대행자가 선정되면 소수 특정 집단 출신 기술인력 구인·등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나아가 전체 용역금액의 상승 등을 초래하며 피해는 사용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분산에너지법에서 규정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대행을 위한 필수 인력 기준은 발송배전기술사 또는 전기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 중 계통계획·운영·평가 분야 3년 이상 경력 소유자다. 여기에 송변전 분야 2년 이상의 경력 혹은 접속전압 154kV 이상의 경력 2년 이상을 함께 갖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준에 대해 사실상 전력 이외 분야는 배제했고, 한국전력·전력거래소에서도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인력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해당 규정이 시행되는 시점에선 전력계통영향평가 전문가 부족으로 인해 IDC 등 대형 설비 건설 승인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해당 규정은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정예고 기간이 19일 종료된 상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제처, 국무조정실과의 상의 및 심사 일정을 거쳐 최종 의견 조율 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전력계통망 안정성에 무게 중심을 둔 상황이다. 사업자(수전자) 입장에서만 계통영향평가를 할 경우 전체 전력계통 안전성을 고려한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우선 해당 분야에서 전문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계통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전반적인 노하우와 안정성이 갖춰진 이후에 다른 산업군의 계통평가업무 진출 허용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건축전기설비 업계는 전력계통평가에 나설 수 있는 기회라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계통영향평가 필수인력은 한전 인재개발원의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하고, 계통영향평가 대행자의 평가보고서도 한전이 최종 적절성을 검토하는 만큼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건축전기기술사회 관계자는 “이번 규정은 시설·건축물 관련 그동안 건축전기설비기술사들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외면한 것”이라며 “건축물 사용자들의 편하고 안전한 환경 이용 측면에서도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 취지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