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지옥' 제작진이 韓 최초로 금주 서바이벌 시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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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 - 알콜 지옥' 제작진이 국내 최초로 금주 서바이벌을 선보인다.

오는 27일 첫 방송되는 '오은영 리포트 - 알콜 지옥'은 술 때문에 일상을 잃어버린 10인의 7박 8일간의 알코올 지옥 캠프를 그린 8부작 프로그램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대한민국 알코올 문제 권위자 3인 한양대병원 노성원 교수, 일산 명지병원 한창우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김장래 교수가 '알코올 어벤져스'로 합류했다.

'알콜 지옥'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금주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예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결혼 지옥'을 통해 보여준 날카롭고 탁월한 관찰력과 함께 탄탄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알콜 지옥'이라는 전에 없던 금주 지옥 캠프를 탄생시켰다. 출연자 10인은 술에 관한 다양한 미션들을 수행하며 금주를 향한 뜨거운 의지를 다진다. 술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의 처절한 사투가 시청자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 전망.

이와 관련 '알콜 지옥'의 이근영 작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알코올 갈망이 높은 신청자들이 짧은 시간에 술을 참도록 만든 장치가 서바이벌이다"라고 강조하며 "환자들이 단주 모임을 할 때 한 명이 재발하면 동료들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더라. 출연자들이 서로 금주 의지를 흐리지 않게 하기 위해 서바이벌 포맷을 택했다"라고 국내 최초로 금주 서바이벌을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근영 작가는 "'알콜 지옥'의 지옥 훈련 서바이벌은 금주 도전의 시발점이다. 참가자들의 진정한 미션은 합숙소를 나간 이후부터 시작된다. 합숙이 끝난 뒤에도 '알코올 어벤져스' 교수님들과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의미와 제작진이 진정성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알콜 지옥'에 관심이 뜨거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를 향한 믿음이다. 오은영 박사는 '알콜 지옥' 지옥 캠프의 안팎에서 출연자들의 멘털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시청자들의 입장에 서서 알코올 사용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이근영 작가는 "'결혼 지옥' 같은 경우 녹화가 8시간이 넘어갈 때도 있다. 현장에 있는 수십 명 중 유일하게 집중력을 유지하는 사람이 오은영 박사님이다. 오 박사님은 출연자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뒤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맹점을 정확히 짚는다"라면서 "오 박사님은 자신을 믿고 카메라 앞에 선 출연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진심이 크다. 8시간 동안 아프고 힘든 이야기에 같은 밀도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오은영 박사의 따뜻하고 깊은 진심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근영 작가는 "'오늘 한잔해야지, 마시고 죽자'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콜 지옥'을 제작하며 여실히 깨달았다. 신청자분들도 처음부터 술을 마셔온 게 아니다. 평범한 애주가였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만나 술에 빠지게 되었더라. '알콜 지옥'을 통해 우리가 술에 대해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 다음은 이근영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

Q. '오은영 리포트 – 알콜 지옥'을 기획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일단 나부터가 해당된다. 우리 제작진들도 회의, 촬영, 편집, 시사 등 굵직한 일들을 끝내면 술을 곁들이며 그날의 소회를 나누곤 한다. 사실 '알콜 지옥' 아이디어도 술자리에서 나왔다. 알코올 중독의 정신의학 진단명은 알코올 사용 장애라고 한다. 오은영 박사님이 알코올 사용 장애 개념을 설명하셨을 때 깜짝 놀랐다. 흔히들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면 24시간 자나 깨나 술 마시고 손을 덜덜 떠는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나. 정신의학에서 진단하는 알코올 중독 기준은 범위가 훨씬 넓다는 걸 알고 충격받았다. 참가자들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도 알코올 사용 장애고 '알콜 지옥' 제작진도 대부분 해당된다. 그러니까, '알콜 지옥'은 술을 너무나 사랑하는 제작진이 거울치료를 받고자 만든 프로그램이다. '알콜 지옥'을 제작하면서 나 역시 평소 가볍게 여겼던 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Q. 800여 명의 신청자 가운데 최종 10인을 선발하게 된 기준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건 참여 의지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커리큘럼을 운용해도 출연자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면 의미가 없다. 알코올 중독 중증 환자도 제외했다. 의학 용어로는 터미널 단계에 있는 환자라고 하더라. '금주 지옥 훈련 캠프'라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미션들이 있다. 알코올 문제 해결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옥 훈련을 견뎌낼 수 있는가를 두고 봤을 때 터미널 단계의 환자들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Q. 금주 문제를 서바이벌 포맷으로 접근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알코올 갈망이 높은 신청자들이 짧은 시간에 술을 참도록 만든 장치가 서바이벌이다. 출연자들은 하루도 술을 참기 어려운 분들이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시간을 경험하는 게 앞으로 금주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 취재 과정에서 환자들이 단주 모임을 할 때 한 명이 재발하면 나머지 동료들도 같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자칫하면 한 명의 제안으로 다 같이 술을 마시거나 미션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더라. 출연자들이 서로의 금주 의지를 흐리게 하지 않기 위해 서바이벌을 택했다. 합숙은 금주의 시발점이다. 참가자들의 진정한 미션은 합숙소를 나간 이후부터 시작된다. 합숙이 끝난 뒤에도 '알코올 어벤져스' 교수님들과 치료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Q. 7박 8일간 합숙 동안 건강상 문제 등 돌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나 현장 상황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오은영 박사님, 교수님들, 제작진 모두가 가장 우려했던 게 출연자들의 건강상 문제와 사고에 대한 걱정이었다. 합숙 내내 24시간 의무팀이 합숙소를 지켰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숙소와 모든 동선에 거치 카메라 및 CCTV를 설치하고 제작진이 조를 나눠 24시간 상황실을 지켰다.

Q. 출연자들의 멘털 관리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제작진의 노력이 궁금합니다.

단체 합숙이라는 낯선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힘들어질 것을 대비해 격일로 합숙소 내에서 상담 진료를 진행했다. '알코올 어벤져스' 교수님들이 양주 합숙소까지 오시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셨다. 합숙 내내 출연자마다 담당 PD와 담당 작가를 배정해 그날의 심리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필요시에는 교수님들, 오 박사님과 즉각적으로 논의했다.

Q. '오은영 리포트' 세 번째 시즌입니다. 작가님께서 그동안 오 박사님을 보며 감탄하셨던 순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결혼 지옥' 같은 경우 녹화가 기본 5시간이고 부부당 8시간이 넘어갈 때도 있다. 수십 명의 스태프와 메인 제작진인 저조차도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 가장 말씀을 많이 해야 하는 오 박사님은 처음과 같은 자세와 집중력을 유지한다. 오 박사님은 출연자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뒤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맹점을 정확하게 짚는다. 대체 어떤 영양제(?)와 좋은 음식을 드시기에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시는 걸까 생각한 적이 있다. 곁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알게 됐는데 오 박사님의 영양제는 자신을 믿고 카메라 앞에 선 출연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진심이었다. 8시간 동안 한 사람의 아프고 힘든 이야기에 같은 밀도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Q. '오은영 리포트 – 알콜 지옥' 첫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 한잔해야지, 마시고 죽자"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여실히 깨달았다. 사전 미팅을 진행한 100여 명 중에는 술 외에는 일상생활이 전무한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도 처음부터 술을 그렇게 마셔온 게 아니었다. 평범하게 술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가 살면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만났거나 쌓여있던 힘듦이 폭발해 술에 빠지게 되셨더라. '알콜 지옥'을 보면서 이제껏 우리가 술에 대해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준수 기자 (juns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