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특유의 눅눅함 속 기존 문법과는 다른 해석, 안해본 장르에 대한 신선함” 배우 송중기가 공식 복귀작 '화란'을 마주한 자신의 감회를 이같이 밝히며, 새로운 행보에 대한 설렘과 성숙감을 이야기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카페 라디오엠에서 오는 10월11일 극장개봉될 영화 '화란'의 주연 송중기와 만났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는 이야기를 핵심으로,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느와르 풍 드라마다.
송중기는 중간보스 치건 역으로 분했다. 현실적인 체념을 표현하는 듯한 비주얼부터 격렬한 날카로움과 단호함이 혼재된 듯한 냉혹면모는 비극적 현실의 실제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영화 '승리호'를 비롯해 드라마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서 비쳐진 젠틀함과는 다른, 색다른 냉혹 캐릭터로서의 변주로서도 돋보인다.
송중기는 솔직유쾌한 본연의 말투와 함께, '보고타'에 이은 공식행보 복귀작 격인 '화란'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만큼 한층 폭넓어진 배우관과 인간미를 지니게 됐음을 은연중에 이야기했다.
-국내개봉 앞둔 마음?
▲칸 때는 유럽 관계자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그의 화답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감을 못잡겠다. 매 개봉때마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마냥 친절한 영화는 아니기에 더 궁금하다.
-칸 영화제 소개된다는 소식에 어땠는지?
▲'사나이 픽처스=칸 맛집'이라는 수식어 자체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존경해왔던 한재덕 대표님의 프로듀싱 스타일을 직접 체감하면서, 큰 힘을 얻었다는 데 만족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다 할 수 있을 HOPELESS라는 불친절한 설명과 저예산, 개봉만 하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헝가리에서 '로기완' 촬영하던 가운데 그 소식을 전달받고 진상처럼 날뛰었다.
-송중기의 스타일 변신이 돋보이는 '화란' 치건, 선택과정은?
▲다른 대본제안을 거절하던 자리에서 새롭게 제안받은 대본이 이것이었다. 읽는 순간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듯 느껴진 업계 대본들 사이에서 신선하게 느껴졌고, 수십 번 다시 봤던 '무뢰한'을 만든 회사의 대본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관계성으로 풀어지는 남자들의 멜로, 느와르 특유의 눅눅함 속 기존 문법과는 다른 해석, 안해본 장르에 대한 신선함으로 꼭 해보고 싶었다.
-치건 캐릭터의 모티브?
▲시나리오 상에서 떠오른 '낚시찌에 걸린 물고기'. 그것이 기저에 깔려있길 바랐다. 영화 '보고타' 인연으로 흔쾌히 특별출연해 주신 큰형님 역의 김종수 선배를 따라 호흡을 맞췄다.
연규(홍사빈 분)과의 저수지 장면 중 “날 건져준 건지 망쳐놓은 건지 모르겠는데”라는 말 자체에서 언급된 것처럼 낚시찌에 걸린 채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설정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김종수 선배가 완벽한 반전과 함께, 찢어진 귀를 집고 흔드는 것부터 어깨동무하며 칭찬하는 모습까지 잘 호흡해주셔서 그대로 따라갈 수 있었다.
-홍사빈·김형서 등 신인급 배우들의 활약포인트?
▲형서(비비) 씨는 유명한 가수로서 하얀 역을 하게 된다고 들었을 때도 놀랐는데, 막상 그의 캐릭터 표현을 보고 더욱 놀랐다.
남자들 사이의 멜로 속에 스며들기 어려운 하얀 캐릭터가 형서 본연의 색을 더해 생동감있게 다가왔고, 크게 도움을 받았다.
(홍)사빈은 소속사 선배인 황정민 형님께 잘배웠는지(웃음) 첫 주인공의 부담이 있을 텐데도 의젓하게 잘 해내더라.
-장면 상 애드리브 포인트?
▲가장 큰 포인트는 장면배경의 전환이다. 연규와의 저수지 신은 사실 극 중 주 배경인 오토바이 대리점에서 촬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치건이 살아왔던 환경을 읊조리는 독백적인 표현들이 저수지가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감독님을 설득해 결국 촬영하게 됐다.
또한 승무(정재광 분)의 욕 대사에 있어서도 생선류 표현법을 더하게 됐던 것도 하나의 애드리브다.
-후반부 감정고조 단계의 액션, 난이도가 상당했을 것 같은데?
▲허명행 감독님이 촬영하던 구간이었다. 무의미한 스타일리시 액션보다 감정액션을 중요하시는 분 답게, 연규와 치건의 합을 명확하게 해주셔서 좋았다.
그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과정에서 연규 중심의 플롯이 전도될까봐 걱정했기에, 사빈과 이야기 나누면서 최대한 그의 견해에 맞춰 리액션을 맞춰가는 형태로 호흡했다. 오랜만에 후배와 적나라하게 의견을 나누게 된 것 같다.
-송중기에게 '화란'은?
▲후배들을 서포트한다는 마음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제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영화 '화란'은 송중기의 노개런티와 함께, 제작참여의 느낌을 갖게 한다. 실제 제작참여 의지는?
▲하이지음스튜디오 설립 후 첫 작품인 '스타트업'을 필두로, 기획적인 부분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다.
연출제작은 제 깜냥이 되지 않는다. 이번 '화란'은 기획적인 영역에서도 제게 많은 공부가 된 것 같다.
-한때 이슈로 인한 소통단절 시기도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송중기의 생각은?
▲아내에 대한 것부터 일련의 이상한 이야기들로 상처를 받을 때도 있었고, 그로 인해 소통을 닫았던 것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과 함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유명배우를 떠나서 내 아이에게 떳떳한 아빠이자 배우로서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작품할 때 마음가짐이 더 진지해지지 않을까 싶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