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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위원장 <사진=이동근기자>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 산업은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풍파와 일본 수출규제를 견디는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 위기를 힘겹게 막아내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핵심 기술 자립도를 키우고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 세계가 대전환을 강요받고 있는 시점에서 K-브랜드 재평가 흐름은 우리나라에 긍정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그리고 이들이 가져올 신미래상에서 우리는 K-스탠더드 주도권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자신문은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우리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발전 가능성을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가 대전환의 새로운 물결에 직면할 것”이라며 “기존 주력산업의 혁신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창출로 핵심 기술을 우리가 쥐고 갈 때 '퍼스트무버'에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 속 K-스탠더드가 주목받고 있다. 산자위 소관 분야에서 대표적인 K-스탠더드로 꼽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인가.

▲우리는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방역, 의료, 해외입국자 관리 등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특히 선별진료소 운용, 드라이브스루 검진, 위치추적시스템(GPS)를 이용한 대상자 관리는 다른 국가에서도 적극 도입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원격수업, 재택근무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산업이 전문화되고 체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산업과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관련 산업이 미래를 이끌 대표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를 지배하는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반도체, 스마트 센서, AI 융합 로봇 등이 새로운 K-스탠더드를 이끌 산업이 될 것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벤처, 에너지 분야 디지털전환 현황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 플랫폼 발전과 기업의 전산화, 디지털화 과정을 통해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 기술 수요증가와 맞물려 변화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소부장, 중소벤처, 에너지 분야 디지털전환 성공을 위해서는 맞춤형 솔루션 개발을 위한 스마트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제조 분야 디지털전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 인프라를 확보해 이해관계자 사이의 소통을 통한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산업은 지금까지 패스트팔로어 전략이 큰 흐름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패스트팔로어 전략 성공으로 세계 6위 제조 강국으로 성장해왔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세계 일류 기업도 다수 배출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산업은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 산업이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AI,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한 신산업을 창출하고 기존 주력 산업은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해 성장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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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위원장 <사진=이동근기자>

-보호무역주의,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등 수많은 대내외 위기 속 우리 기업들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떠한 변화를 준비해야 하나.

▲일본 수출규제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각 부분에서 협력하며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투자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기업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혁신산업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기업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부도 기업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기업이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 탈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IT 강국으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기술혁신과 탈세계화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신남방·신북방 등 새로운 지역과의 경제협력 강화 및 유럽과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도 필요한 시기다.

-탈세계화, 미중 갈등고조 등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이후 국제 경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최근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추진하는 등 미·중 통상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통상질서 역시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를 이유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러한 탈세계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더 독립적이고, 분열되고, 경쟁적인 사회정치경제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우리는 그동안 핵심기술을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따라잡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선진국 지위에 올라서고 이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혹자는 데이터경제에 비유한다. 데이터경제 시대 우리 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미래 산업의 원유가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결합은 다양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는 '교통'과 '의료'를 대표로 꼽을 수 있다. 교통산업은 국내 제조업 생산의 14%(16년 기준)를 점하고 있다. 블랙박스 장착률은 80%에 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보급률 경쟁력도 있다.

의료 산업은 다른 국가 대비 높은 의료서비스 접근율을 가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공동 의료체계와 환자 권익을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전제 하에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최근 위기 속에서 새롭게 나오는 비대면 분야 창업 아이템도 기대되는 분야다. 계속해서 혁신이 나와야 한다. 이들 분야에서 힘을 집중하고 앞서나가면 우리가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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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위원장 <사진=이동근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국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산자위에 던져진 숙제 혹은 우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은 경기 회복은 물론 한국 경제 패러다임 전환까지 이룰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우리 산업경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산자위가 관련 입법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함께 힘을 합쳐 이룬 결과를 골고루 공유해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도 시급하다. 단가 후려치기, 일방적 거래거절, 서면미발급, 기술탈취 등 불공정행위로 거래를 계속하는데도 하도급 중소기업은 어려워지고, 원청인 대기업만 성장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중기부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한 후 후속조치에 대한 실효성을 부여하는 시정명령제 도입을 담은 '상생협력법 개정안'도 통과가 시급하다. 하도급거래의 기술탈취 행위를 엄벌하고 이로 인해 얻은 수익을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반환하게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 통과도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세 서구의 흑사병, 19세기 말 스페인 독감 유행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인류 문명과 역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성장 파이는 줄어들고 정보와 부는 독점되며 그로 인해 분배 갈등은 심해질 것이다. 국제사회는 고립주의가 만연하고 패권 경쟁도 극심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화합의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 자유를 보장하며 민주적 절차를 통한 공정한 재분배와 화합으로 갈등을 해소해 위기를 극복하는 통합 리더십이 절실하다.

◇이학영 위원장은

2013년 제19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경기 군포시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시민사회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시민사회 운동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전북 순창 출신으로 전남대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사, 노무현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는 정무위원회 활동을 해왔으며 21대 국회 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생이슈를 다루는 상설위원회인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23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시를 낭송해 화제가 됐다.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에너지전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전환과 함께 중소기업 위기극복, 소부장 분야 경쟁력 강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