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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에도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주요 메모리 제품의 1~3월 현물거래 가격이 상향 추세인 데다 파운드리 매출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최근 D램 가격 오름세가 주춤하고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위기 신호가 감지되면서 반도체 시장이 혼돈 양상을 띠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제품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3월 19일 주요 D램 및 낸드플래시 제품의 현물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D램의 경우 PC와 서버 등에 주로 쓰이는 DDR4 규격 제품의 가격이 꾸준하게 올랐다. DDR4 8Gb 용량의 D램 가격은 1월 2일 3.03달러에서 3월 19일 3.527달러로 16% 상승했다. DDR4 4Gb D램은 같은 기간 1.76달러에서 2.227달러로 26% 올랐다.

2018년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에 9달러까지 치솟은 8Gb D램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 2달러대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올해 초 D램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V자 반등세를 보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2일 “온라인 교육과 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서버 D램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가격도 상승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 파운드리업계의 매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상승한 180억6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대만 TSMC의 성장 영향이 컸다. TSM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7%나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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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익스체인지 DDR4 D램 제품 현물가격 현황. <자료: D램익스체인지>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반도체업계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11일 3.61달러까지 오른 DDR4 8Gb 제품의 현물가격이 세계 증시 폭락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9일 3.527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팹리스 업체의 65%가 밀집해 있는 미국이 코로나19 영향권에 든 것이 불안감을 키웠다.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리몬트 본사와 리버모어 공장을 이달 말까지 운영 및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또 미국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자국민의 국제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반도체와 전자업체 간 기술 협력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 반도체 부품업계 관계자는 “세계 공급망 전체가 마비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는 상반기까지 재고 부품으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지만 하반기에 공급 부족 문제가 생기면 버티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