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앞날을 책임질 미래차 기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3일 발표한 미국 '앱티브'와의 자율주행차 합작법인(JV) 설립은 지난 1년간 속도감 있게 진행된 정 수석부회장 체제의 최대 성과다. 정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제조업체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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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올해 초 정 수석부회장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연구개발(R&D) 분야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모빌리티와 전동화·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14조7000억원의 집중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에 6조4000억원, 차량 전동화에 3조3000억원,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기술에 2조5000억원, 선행 개발과 R&D 지원 사업에 2조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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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v)에 위치한 리막 본사 사옥에서 정의석 수석부회장, 마테 리막(Mate Rimac) 리막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정 수석부회장(좌측 두 번째)이 리막의 작업 현장에서 마테 미락 CEO(네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 외부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를 추진한다. 자율주행은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서비스(Service), 전동화(Electric) 등 'C.A.S.E.'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의 급속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최고의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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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지난 3월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Ola)에 3억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올라의 바비쉬 아가르왈(Bhavish Aggarwal) CEO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오로라를 비롯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다양한 업체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 자율주행 부문 핵심 플레이어로 위상을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친환경차를 활용한 스마트시티 내 '레벨4' 수준 로봇택시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사용자가 운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에 협업 중인 기업들 외에도 다양한 협력 파트너을 추가로 발굴해 글로벌 기술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Intel),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앱티브와 자율주행 전문 JV 설립 이후에도 기존에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물론 다양한 검증 테스트를 가능하게 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분야 실행력을 더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