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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소재부품기업 전문연구요원 배정 확대와 수요·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정부에 요청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위기를 소재부품산업 육성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산업계는 당분간 매출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국내 산업 수준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내 소재부품기업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실태 및 R&D현황'을 발표했다.

산기협이 지난달 9일부터 26일까지 소재부품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실태' 조사 답변과 2017년도 부품소재 기업 R&D투자 및 연구인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설문 조사 대상은 산업부 부품소재 확인기업 중 기업연구소 보유기업 2307개사(응답 272개사)다.

소재분야에서 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은 3479개사로 부품산업(1만5859개사)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소재산업의 기업 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12억원으로 전산업(15억원)에 비해 낮았다. 매출액대비 R&D투자액도 2.05%로 전산업(3.32%)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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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대상 품목의 대체재 확보 가능성을 놓고는 신중한 반응이 나왔다. 조사에 응한 기업 가운데 수요기업은 19%가 향후 3개월 이내에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수출완전대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10%는 대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64%는 부분적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대체 방안에 대해선 해외 거래선 확보가 36%, 국내 거래선 확보 29%의 순이었다. 구체적 대응방안이 없다는 기업도 22%였다.

공급기업은 19%가 향후 3개월 이내에 대체 공급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반면 11%는 대체공급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수출규제 품목 관련 우리 기업의 기술수준을 묻는 질문엔 45%가 우리 기업이 일본의 90% 이상 수준이라고 답했다. 24%는 80% 수준, 30%가 70% 이하로 평가했다.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영향을 두고는 수요, 공급 기업간 입장차가 극명했다. 수요기업은 매출감소 등의 피해를 호소한 반면, 관련 공급기업들은 매출증대 및 기술개발의 기회로 봤다.

소재부품을 수입하여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75%가 일본의 수출규제가 매출감소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감소를 예상한 기업은 46%였고, 협력업체 피해에 따른 2차 피해(32%), 생산중단(19%), R&D 축소(1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관련 품목을 생산하는 국내 공급기업의 52%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매출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고, 61%는 기술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업계는 소재부품 분야에 고급인력 유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전문연구요원 배정, 대중소기업 공동 R&D 추진, 연구용 화학물질 관리기준 완화 등을 요구했다.

소재부품산업 특성상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형 R&D가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중소기업 소재·부품의 성능 및 품질 확인을 위한 양산시험시설 구축과 연구용 화학물질 수입 시 등록을 면제하거나 패스트트랙 등록신청 절차의 신설도 촉구했다.

구자균 산기협 회장은 “일본 수출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역량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면서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상생하고 협업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산업 전반의 기술자립화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분야에서 경쟁국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기술개발로 대응역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