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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현안 점검 긴급좌담회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인순 전자신문 SW융합산업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사회로 송희경 의원(오른쪽 첫번째)과 업계 전문가가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주요국과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으로 소프트웨어(SW)를 주목하고 관련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이 연일 SW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상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관심이 부족하고 실행도 더디다.

SW 관련 현안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쌓인다. SW 생태계 개선과 인식 확산을 위해 18년 만에 SW 산업법을 전면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52시간 근로제 시행과 맞물려 SW·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SW·IT서비스 업계 특성을 고려한 선택적 근로제 개선을 요구하지만 탄력적 근로제에 막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SW 산업 중요성 인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인재는 SW·IT서비스 취업을 기피한다.

정부는 SW강국 도약을 선언했다. 업계와 전문가는 더 이상 현안 해결을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자신문은 송희경 의원실과 함께 SW산업 중요성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 등을 주제로 업계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구태언 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부문장

△송희경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장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사회 김인순 전자신문 SW융합산업부 부장

◇김인순(전자신문 SW융합산업부장)=현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SW강국 뉴딜정책, 공공 수발주제도 혁신으로 SW 제값받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W강국,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정부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SW 관련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채효근(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 마련은 현 정부가 추진한 SW 정책 가운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은 SW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많은 개선안이 담겼다. 헤드카운팅 폐지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 혁신을 위한 노력도 현 정부 성과 가운데 하나다. 헤드카운팅은 수십년간 업계가 지적한 사안이다. 현 정부에서 헤드카운팅 폐지가 적극 나선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정보화 예산은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대가(FP)를 예측해 편성되거나 여러 단계를 거치며 예산이 근거 없이 삭감되는 사례가 계속된다. 입찰방식도 마찬가지다. SW사업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에서 입찰가격 하한선을 80%로 하고 있다. 기술 우위 사업자가 저가경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송희경(자유한국당 국회의원)=현 정부가 'SW강국·ICT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기반 구축' 국정과제 하에 7개 실천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형식적 법 개정 추진에 그쳤다. 실질적 규제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 위원회는 이미 유명무실한 조직이 됐다. ICT와 공공·민간산업·서비스 전면적 융합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핀테크 사전 규제나 포지티브 규제, 업종별 칸막이 등 규제가 여전하다. SW·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창의·융합교육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현장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지난해 중학교에 이어 올해 초등학교까지 SW 교육 의무화가 실시됐지만 전담 교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태명(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장)=늘 그래왔듯이 공약이 공약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공약을 시행한 것처럼 보이려고 면피 작전을 쓰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 다음에 하려는 사람이나 기관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솔선수범해 적용하고 도입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전자정부는 정부가 먼저 도입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대표 작품이 '이지원'과 '정부통합전산센터' 등이다.

다양한 SW 정책과 지원 사업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시장이 바뀌지 않는 것은 고위층 의지가 부족해서다. 대통령과 국회 등 다양한 정책 최고 결정권자가 실제로 SW중요성을 느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가 얼마나 SW산업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챙기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김인순=최근 SW진흥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SW진흥법은 SW제값주기, 수발주제도 마련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는 SW진흥법 조속 통과를 요구한다. SW진흥법 전면개정안 조속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송희경=SW진흥법 전면개정안은 SW기업 성장 환경 조성과 맞물린 중요한 법안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공SW 사업은 연간 약 4조원으로 국내 SW 시장 30%를 차지한다.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담당자인 공무원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다” “요구사항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데 추가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SW진흥법은 공공 SW 발주 관행 개선부터 SW 저작권 보호, SW 인식 확산 등 전반을 담고 있기 때문에 SW산업 발전을 위해 우선 통과해야 할 법안이다. 국회에서도 SW진흥법 통과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어 조속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채효근=SW진흥법은 SW·IT서비스 업계에 가장 중요한 법안이다. SW 생태계 전반을 담고 있다. 원격지 개발, SW 저작권, SW 발주 명확화 등 산업에 바로 영향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산업 발전을 위해 법이 빨리 통과돼야한다.

◇김인순=주52시간 근로제도가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시행된다. SW·IT서비스 업계는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 업무가 몰리고 사업 발주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을 정부에 요구하지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업계 어려움이 가중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구태언(린·테크앤로 부문장)=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산업계 여파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주52시간 근로제는 산업계에 파급력이 큰 정책이다. 정부가 먼저 주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해 시행해보고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정책을 보완하고 시행해야하는데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뒷수습을 하는 상황이다. 주52시간 근로제처럼 주요 정책은 정부가 먼저 도입한 후 단계별로 시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채효근=주52시간 근로제는 현장에서는 전혀 대비할 시간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시행한 정책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여력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비할 인력도 비용도 없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시행되면 업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미 시행한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다. 적어도 업계 특성을 반영해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만 논의되고 있는데 SW·IT서비스 업계는 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채택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은 1년까지 연장해줘야 그나마 업계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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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현안 점검 긴급좌담회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현안 논의후 참석자가 기념촬영했다. 왼쪽부터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인순 전자신문 SW융합산업부장, 송희경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장,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윤성혁기자 shyoon@etnews

◇김인순=최근 정부가 미래 인재 15만명 양성 계획을 밝혔다. SW교육도 초중등대상 의무화됐다. SW교육을 포함한 정부 미래 인재 교육 정책을 어떻게 진단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가.

◇정태명=SW와 미래 인재 정책 관련 상당한 진전이 있으나 융합형 인력 양성을 위한 논의가 부족하다. 사람 간 융합이 앞서야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따라온다. 융합형 인력 양성을 위한 부처 간 협력을 위해 시스템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선도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정부와 기업, 대학 상호 협조와 공동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산업간 융합에서 주의할 점은 합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합쳐서 무엇을 만들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융합에 의한 부작용(Side Effect)도 살펴봐야 한다.

◇채효근=초등 코딩교육 의무화, 미래 인재 15만명 양성 등은 협의의 SW, SW 생산에만 초점이 맞춰진 인재양성 정책이다. 현재 일자리 한파에도 현장에서는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는 인력수급 미스매치 현상이 지속된다. 고용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류 업종과 비주류 업종 등의 격차가 커 '취업 쏠림'이 심화된다.

SW는 특정 산업이 아니라 전 산업 촉매제로서 역할을 한다는 근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산업이 SW를 이용해 지능화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학문에서 SW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SW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산업 기반이 되므로 산업별 수요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인순=마지막으로 SW 강국을 위한 혁신 방안이나 제언이 있다면

◇송희경=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는 '쌀'이다. 융합혁신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재인 동시에, 수많은 레시피(SW)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한 재료다. 1월 세계 시가총액 톱4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이 나란히 올랐다. 4개 기업 모두 빅데이터 기업이다. 아마존은 1995년 도서판매 웹사이트에서 출발해 데이터만으로 운영되는 무인 매장 아마존고를 만들었다. 3위 알파벳은 구글을 시작으로 자율주행자동차(웨이모), 의료빅데이터(베릴리), AI(딥마인드) 등 분야를 넘나드는 데이터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빅데이터 후진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원흉은 규제다. 지난해 1차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위한 특별권고안까지 내놓았지만 아직도 빅데이터 3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더 이상 말로만 혁신을 외칠 수 없다. 신속한 개정을 처리해 데이터 활용과 보호가 조화를 실현하는 것이 급선무다.

◇구태언=과거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혔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예전처럼 정부 단독으로 시스템이나 전자정부를 이뤄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혁신적 교통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면 우버나 기존 서비스 사업자에 수조원가량을 지불하고 아웃소싱 받는 것도 가능하다. 비용만 지불하면 민간 혁신 서비스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용하는 세상이 온다. 정부도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정태명=SW 연구개발(R&D) 성과가 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우수한 SW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시장과 연결되지 못하면 산업 발전을 이어가기 어렵다. 시장에서 SW 기술을 활용해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SW 기업도 국내 시장에서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화를 통한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지속적 인재 보급을 위한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채효근=SW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로벌 SW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세계를 시장으로 SW를 수출하려면 분야별 타깃을 분명히 해 각국 실정에 맞는 수요맞춤형 SW를 개발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저가 SW 제품만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 제값으로 적정투자를 해줘야 기업도 스스로 투자하고 발전하는 성장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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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