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이 가진 세계적인 기술, 이것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사업을 하기 힘듭니다. 독보적 기술이 있는 회사냐 아니냐가 결국 성패를 가릅니다.”
정기로 APS 회장은 '제20회 포스코청암상' 수상을 앞두고 전자신문과 만나 “무모했기에 용감할 수 있었다”며 창업 순간을 회상했다. 199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직 시절, 정 회장은 반도체 장비 제어 솔루션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비 제어 쪽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그가 6번째 ETRI 연구원 창업을 결심한 순간이다.
30대 초반 퇴직금과 동료 연구원, ETRI의 투자로 1억2000만원을 손에 쥐고 회사를 설립했다. 연구원이었던 그가 사업에 대해 잘 알 순 없었다. 오히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우선 부딪혀 보기로 했다.
정 회장은 “회사 문을 닫을 뻔한 적도 직원 월급도 못 준적도 있었다”면서도 “결국 해내겠다는 의지로 위기를 돌파하다보니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사업 리스크나 어려움을 깊이 생각했더라면 포기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회사를 성장 궤도에 안착시킨 동력은 결국 기술 자신감이었다. 정 회장은 당시 '반도체 장비 제어는 세계에서 내가 가장 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움직였다. 이런 자신감 없이는 사업을 이끌고 가기 어려웠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결국 결실을 보았다. 다수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를 국산화하며 본격적인 사업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정 회장이 창의존중·인재중시·봉사정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확산시켜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된 포스코청암상 중에서도 기술상 부문을 수상한 것도 궤를 같이했다. 포스코는 정 회장이 창업 후 30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장비를 독자 기술로 개발, 국내 첨단 장비 산업 도약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샀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 장비인 엑시머 레이저 어닐링(ELA)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95%를 확보했다. 반도체용 급속열처리장비(RTP)는 최첨단 메모리 공정에 적용하며, 시장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정 회장은 “기술에 대한 믿음이 여러 아이템으로 확장되면서 한 가지만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여러 제품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APS는 AP시스템·넥스틴·디이엔티·코닉오토메이션·제니스월드·코닉세미텍·비손메디칼·아스텔 등 8개 계열사를 보유한 중견 그룹사로 성장했다. APS를 포함해 상장사만 5곳이다.

정 회장의 '무모한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반도체·헬스케어·인공지능(AI)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고강도 합금소재 '에코-알막(ECO-Almag)' 사업에도 진출했다. 신소재 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뿐만 아니라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등 시장 저변을 넓힐 APS의 미래 먹거리다.
정 회장은 “우리 사업을 더 성장시키는데 힘을 쏟고, 한편으로는 젊은 학생들과 후배 기업가들에게 용기를 주고 지원하는 일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