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무거워질수록 교육은 움츠러든다. 2024년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며 학교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는 옳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체험학습은 취소되고, 실습수업은 줄어들고, 위험을 관리하기보다 회피하는 선택이 늘어난다. 위험성 평가표 한 장을 채우는 것이 안전관리의 전부인 양 여겨지고, 사고가 난 뒤에야 소급 서류가 만들어진다. 법은 예방을 요구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법의 무게가 교육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다.
이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이미 드러났다. 2025년 초 경기 화성의 한 중학교에서 급식실 부상 사고로 영양교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사안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는 교사가 책임의 전면에 놓였다. 인사와 예산을 쥔 실질적 권한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책임은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에 집중된다.
필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경기도교육청 학교안전종합대책 TF 팀장을 맡아 안전지원국의 기틀을 세웠다. 그 토대 위에서 현장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학교현장 안전전문관 100명이 길러졌다. 그때 우리가 품었던 원칙은 하나였다. 안전은 서류가 아니라 몸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로부터 10년, 2024년 전국 학교 안전사고는 21만1650건.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심으려 했던 씨앗은 어디로 갔는가.
문제의 본질은 법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책임은 개인에게 집중되는데, 그 책임을 감당할 권한과 시스템이 없다. 학교 안전관리는 여전히 담당자의 선의와 관행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법은 더 이상 “노력했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입증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교육은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는데, 책임은 이미 데이터 기반 체계로 넘어가 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다음 사고 때도 누군가 혼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이미 기업들은 움직이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위험성 평가·아차사고 신고·교육 이수·점검 이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DX)이다. 종이 서류는 클라우드 데이터로 대체되고, 모든 조치 과정은 자동 기록된다. 법원이 “언제, 누가,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 순간 즉시 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교사가 서류에 쫓기지 않고 교육에 전념하려면 안전관리 기록과 증빙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이 축적한 통합 안전보건 솔루션을 학교 현장에 맞게 적용하는 것, 이것이 교육 당국이 서둘러야 할 과제다.
해법은 명확하다. 학교 단위의 개인 책임시스템을 교육청 단위의 책임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험성 평가 표준 모델을 구축하고, 점검과 조치가 자동 기록되는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사고 발생 시 학교장이 홀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안전 전문가가 함께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교육감과 교장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언이 아니라 즉시 이행해야 할 의무다. 학교장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 지금 정부와 교육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전은 무서워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 배어야 지켜진다. 위험을 먼저 알아차리는 눈, 아차사고를 숨기지 않는 용기, 구성원 모두의 일상에 스며든 안전 감각, 그것은 아름다운 원칙이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스템이 사람을 지켜야, 사람이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교육은 사람의 헌신으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은 시스템으로만 지켜진다. 사고는 완전히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책임은 설계할 수 있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처벌이 아니라 더 정교한 시스템이다. 학교 안전은 더 이상 개인에게 맡겨둘 수 없는 국가의 책임 영역이다.

현 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장 hih788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