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국-이란 전쟁과 GPS

내 손안의 편리함이 무기로 바뀌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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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철 한국지리정보학회장

2026년 2월 테헤란, 이란 최고지도자를 겨냥한 '에픽 퓨리' 작전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공격 목표를 정확히 특정한 것은 스마트 기기로 수집하는 위치 정보다. 이보다 앞선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도 같았다. 삼엄한 경호를 뚫고 은신처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결정적 단서는 경호진이 착용한 스마트워치와 그들이 이용한 운동 애플리케이션(앱)의 경로 기록이었다.

이 장면들에서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현대전의 본질이 화력 경쟁에서 '신호를 읽고 지배하는 능력'의 싸움으로 이동했다.

GPS라 부르는 위성항법시스템은 약 2만km 상공의 위성들이 보내는 시간 신호를 수신기로 받아 거리와 좌표를 계산한다. GPS는 매일 아침 내비게이션을 켜서 길을 찾고, 스마트워치로 건강을 관리하는 우리에게 전기나 수돗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다.

하지만 이 편리한 기술과 이를 이용한 도구는 어느 순간에 국가 안보나 개인의 생명을 노리는 정밀한 표적 수단으로 돌변한다.

개인이 무심코 공유한 단편적 위치 정보는 인공지능(AI)과 만나면 무서운 무기가 된다. AI는 전 세계 앱에서 이러한 개별 데이터를 수집해 지도 위에 겹쳐 놓고, 민간인이 거의 살지 않는 오지나 사막 한가운데서 디지털 흔적(반복적 움직임)을 포착해 비밀 군사 기지를 찾아낸다. 특정 인물의 일과와 이동 경로를 수집 분석해 은신처를 거의 정확히 특정해낸다.

실제로 러시아의 한 잠수함 지휘관은 사용하는 '달리기 앱'의 위치 정보 노출로 피살됐다. 2025년 프랑스 항공모함에서는 승조원의 일상적인 운동 앱 기록 때문에 함 위치가 실시간 노출되는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GPS 신호는 단 하루만 중단돼도 전 세계 물류와 금융 시스템은 즉각 마비되고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손실로 이어진다. 최근 초고속 금융 거래나 5G 통신의 시간 동기화는 나노초 수준의 정확도를 요구하는데, 이러한 정밀성은 바로 GPS에서 나온다.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항만 등 미래 산업에서 센티미터 단위의 미세 위치 오차도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가짜 위치 정보(스푸핑)'의 확산과 공격이다. 단순 전파 방해를 넘어 조작한 가짜 신호를 보내 수신기가 위치를 착각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최근 흑해에서는 민간 항공기가 경로를 이탈하거나 유조선이 제재 지역을 운항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빈번해졌다. 물리적 충돌과 외교 분쟁을 촉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안보 위협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별도의 위성 신호 없이 지구 자기장이나 양자 센서로 위치를 파악하는 차세대 GPS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5년 완료를 목표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을 구축한다. 차세대 GPS는 '데이터 영토'를 수호하고 '위치 정보 주권'을 확보하는 국가적 생존 기술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인식 변화다. 스마트폰은 편리한 도구인 동시에 언제든 위치를 노출시키는 센서라는 점에서 앱의 위치 접근 권한을 최소화하고, 사진 메타데이터를 관리하며, 보안 구역 내 웨어러블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사진 한 장에도 위치 정보가 숨어 있다.

기술은 사용하는 방식과 사람에 따라 인프라가 되기도, 무기가 되기도 한다. 편리함은 기술이 주지만, 안전은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지켜야 한다. 내 손 안의 스마트폰이 어떤 신호를 내보내는지, 그 신호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는 것, 이 작은 인식 변화가 개인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함께 지키는 출발점이다.

서용철 한국지리정보학회장·부경대 공과대학장 suh@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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