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포화의 출발점이 됐던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 작전이 인공지능 클로드AI와 팔란티어 전쟁 빅데이터의 합작으로 이뤄졌음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이젠, AI가 전쟁 개시 결정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두느냐, 아니면 인간이 최종 결정하도록 해야한다를 놓고 논란이 이어진다.
한달 가까이 페르시아만 일대 국가에 미사일과 폭탄 드론 등이 쏟아지면서 이곳을 거점으로한 글로벌 원유·가스 공급망이 마구 파괴되고 있다.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란 말이 그냥 엄포가 아님을 매일 아침 목도한다.
마치 극단적 화석연료 반대론자들이 전지구적 화석연료 사용을 단박에 끝장내려는 망상적 자해 행위로 비춰질 정도다. 지금까지 애써 만든 공급망을 아예 그것이 없던 시기로 돌려 놓으려는 게 이 전쟁의 진짜 목적이 아닌지 의심까지 간다.
언뜻 보기엔 원유·가스 인프라 파괴가 전세계 경제에 크고, 도드라지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것도 많다. 공급망이란 게 원체 촘촘히 연결되고, 유관된 분야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가 공급이 달리면 우리가 매일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하다 못해 쓰레기종량제봉투 조차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들 제조를 위한 시설은 다 갖추고 있어도, 원료가 공급안되면 그냥 아주 크고 복잡한 고철이 되는 셈이다.
며칠전 우리 정부는 나프타를 우리나라 공급망 안정 품목에 넣는 조치를 취했다. 당장 물량이 달리거나, 소진될 정도는 아니지만 중동 장기전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또 다른 중요한 하나는 글로벌 식량 문제와 연결되는 요소다. 전세계 가스 생산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요소는 우리도 한차례 요소수 사태를 겪긴 했지만, 더 크게는 작물 증산용 비료 수요로 이어진다. 이 공급이 막히면 그만큼, 흉작이나 작황 부진을 낳고 생산량 저하는 또 다른 쪽의 기근을 유발할 수 있다.
오는 7월4일, 이번 전쟁의 중요 당사자인 미국은 독립 250주년을 맞는다. 아마도 마가(MAGA) 진영을 위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성대한 잔치를 벌일 것이다. 이 잔치상은 어쩌면 두번째 집권 뒤 그가 벌인 전세계를 상대로한 도박 같은 횡포로 얻은 것들로 차려질 공산이 크다.
21세기가 시작됐던 지난 2000년 당시 미국은 세계 경제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그때 중국의 세계경제 점유율은 조사기관 마다 제각각이긴 하지만 3~4%선이었다. 그랬던 것이 한 세기의 4분1이 경과한 지난해 기준 미국 25% 내외와 중국 20% 내외로 급격히 좁혀졌다.
미국은 중국의 맹추격과 이번 세기내 추월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의 뿌리를 공급망이라 본다. 중국이 세계 공급망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는 한 독립 250년 동안 쌓아온 국제질서 속 정치적 파워와 경제적 부, 민주적 자신감 등은 모두 허상으로 뒤바뀔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정적인 공급망은 해당 국가들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 보완하는 형식으로 구축해온 성장의 통로다. 기술적 진보를 통해 낡은 것은 교체되고, 주고 받는 것은 변화될 수 있지만, 그 시스템 자체까지 망가뜨릴 권리는 누구에도 없다.
AI까지 동원된 첨단 기술로 파괴하기는 너무나 쉽다.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복구해야할 공급망 파괴 행위는 당장 멈춰야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