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만과 인근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이 이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중국 선박'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과 우호 관계인 중국 선박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해상 교통 데이터 플랫폼 마린트래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일주일 동안 최소 10척의 선박이 트랜스폰더에 입력하는 정보를 '중국인 선주' 또는 '전원 중국인 선원' 등으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유럽 및 그 동맹국 선박의 통과를 금지했다. 다만 중국 선박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선주들이 중국과 관련된 선박처럼 보이도록 신호 정보를 바꿔 해협을 통과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 데이터 플랫폼 케이플러의 매튜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특정 항구나 국적과의 연관성을 숨기기 위한 위장 시도라고 설명했다.
신호를 변경한 선박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 다양한 종류였으며 화물을 가득 실은 선박과 빈 선박이 섞여 있었다. 트랜스폰더 신호는 주변 선박과 정보를 주고받아 충돌을 방지하는 장치지만 입력 정보 자체는 비교적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보를 바꾼 뒤 해협을 통과한 사례도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언 메이든'이라는 선박은 지난 4일 정보를 중국인 선주로 변경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전쟁 첫날인 지난달 28일에는 '보가지치'라는 연료 탱크선이 해협을 건너는 동안 신호를 '무슬림 선박'이라고 입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선박은 위치정보시스템 신호를 조작해 유도무기를 교란하는 방식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조선 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는 이런 선박들이 데이터 플랫폼에서 서로 겹쳐 있는 것처럼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드시장협회에 따르면 현재 약 100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과 인근 해역에서 이동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과 금지 경고를 무시한 선박 10여 척을 미사일로 공격해 불태웠다고 밝혔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