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 췌장암-당뇨 유발 기전 세계 첫 '입증'…인체 코호트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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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병리 기전이 실제 환자를 추적 관찰한 정밀 코호트(특정군)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동물·세포 실험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연구를 넘어, 췌장암 조기 진단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신애 교수팀은 췌장암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전달 단백질 'Wnt5a'가 인슐린 분비를 마비시켜 고혈당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 상당수는 진단 전후로 당뇨병을 동반한다. 기존에는 동물·세포 실험 위주의 단편적 확인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췌장 절제술 환자 160명(췌장암 72명, 대조군 88명)을 장기 추적 관찰해 췌장암과 당뇨 연관성을 입증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했다. 모든 대상자에게 75그램 경구당부하검사(OGTT)를 수술 직전·수술 2주 후·수술 1년 후에 시행했다.

특히 수술 방식이 동일한 췌관선암이 아닌 췌장 절제술 환자군(비 PDAC)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비교 분석 신뢰도를 높였다. 수술 자체(절제량 등)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유문보존 췌십이지장절제술(PPPD)을 받은 97명만 따로 추려 수술 전·후를 비교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췌장암 환자 고혈당 원인은 '인슐린 분비 저하'로 규명됐다. PDAC군은 수술 전 OGTT에서 인슐린 분비 지표(식후 인슐린·인슐린분비지수(IGI) 등)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반면 인슐린 저항성 지표는 두 코호트 간 차이가 없었다.

실제로 종양 절제 수술 후 암세포가 뿜어내던 Wnt5a 단백질의 방해 신호가 줄어들자, 환자의 고혈당이 크게 개선되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일부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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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 절제술 환자 코호트 비교 분석 결과표.

연구팀은 수술 14일 시점에 OGTT 인슐린은 두 군 모두 감소했지만, PDAC군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상대적 보존), 인슐린 AUC·IGI 등 분비 지표는 비 PDAC군에서만 유의하게 감소한 반면 PDAC군에서는 유의한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신애 교수는 “췌장암에 관여하는 윈트(Wnt) 신호(Wnt5a)가 췌장암 환자 혈당 상승의 주요 기전이라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며 “특히 고령의 환자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급작스레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뚜렷한 원인 없이 급작스레 악화될 경우 췌장암 발병을 의심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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