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초정밀 영상 장비로 몸속 혈관 들여다본다” 포스텍, 볼펜 크기 초고해상도 현미경 개발

포스텍(POSTECH)은 김철홍 IT융합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혈관과 장기를 초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볼펜' 크기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휴대성', '빠른 촬영 속도', '선명한 화질'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한 이번 성과는 의료 영상 장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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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철홍 포스텍 교수, 김재우 박사, 통합과정 하민규 씨

카메라가 작아지면 렌즈도 함께 작아지고, 그만큼 화질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의료 영상 장비도 마찬가지다. 정밀한 영상을 얻으려면 장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술실이나 응급 현장에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는 장비는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목표였다.

빛과 소리를 함께 활용하는 '광-음향 현미경(PAM)'은 이러한 한계를 넘을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번개가 치면 천둥소리가 나듯 조직에 레이저를 쏘면 순간적으로 초음파가 발생하는데, 이를 분석하면 혈관과 미세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조영제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 크기가 크고, 고정형이어서 이동이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투명 초음파 트랜스듀서(TUT)'와 '광섬유 스캐너'를 하나로 통합한 핸드헬드(handheld) 광-음향 현미경 'hPAM-TUT'를 개발했다. 빛이 통과하는 투명 초음파 소자를 활용해 레이저와 초음파의 경로를 일치시켰고, 복잡한 거울 대신 가느다란 광섬유 자체를 진동시켜 빛을 스캔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구조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하면서도 영상 품질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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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헬드 광-음향 현미경 시스템 개요

완성된 'hPAM-TUT'는 지름 17㎜, 무게 11g에 불과하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인 7㎛ 해상도를 구현했고, 직경 2.6㎜ 시야에서 단일 3차원 볼륨 영상을 1.5초 만에 획득한다. 작지만 빠르고 또렷하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했다. 쥐의 위, 소장 등을 촬영해 복잡한 혈관망들을 선명하게 확인했으며, 응급 치료에 사용되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하자 귀의 미세혈관이 수축했다가 회복되는 과정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특히, 전이 초기 종양 주변에 형성되는 비정상적 혈관 구조를 선명하게 시각화했다. 정량 분석 결과, 종양 부위는 정상 조직보다 혈관 밀도와 구조적 복잡성이 유의하게 높았다. 종양 미세 환경의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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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헬드 광-음향 현미경을 사용한 쥐 복강 내 장기 영상

이 성과는 단순히 장비를 소형화한 데 그치지 않는다. 수술 중 병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내시경과 결합해 초기 암을 빠르게 탐지하는 등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피부과, 종양학, 복강경 수술, 수술 중 영상 유도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 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세종과학펠로우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BK21 FOUR 사업, 글로컬대학30 사업, 그리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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