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플러스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운명전쟁49'가 순직 소방관과 경찰관을 소재로 한 구성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순직 공무원의 희생을 예능 소재로 희화화하고 모독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현행 법체계상 규제기관의 제재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력은 지상파 방송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규율 체계는 여전히 '통신 서비스' 범주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에 따르면, OTT 콘텐츠는 방송 콘텐츠 사후 심의 대상이 아니다.
디즈니플러스는 고 김철홍 소방교 유족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방송 포맷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무속인들의 점술 추리 소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피의자 검거 과정에서 순직한 고 이재현 경장의 사인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방송인 전현무 씨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이처럼 공적 희생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됐지만, 현행법 체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사후 심의를 담당하는 방미심위의 심의 대상은 방송법상의 방송사업자에 국한된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케이블 방송 등의 콘텐츠는 사후심의 대상이 되지만, 디즈니플러스·넷플릭스와 같은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심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OTT도 통신심의는 가능하지만 도박·불법정보 등의 위법성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이번 운명전쟁 논란처럼 공적 가치 훼손이나 윤리성 논란은 통신심의 범주에 포함되기 어렵다. 결국 법적 제재 대신 플랫폼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방송업계는 비대칭 규제 문제를 재차 지적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동일한 내용이 방송됐다면 방미심위 제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대칭 규제로 인한 부작용의 대표 사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콘텐츠 수위 문제를 넘어 미디어 규제 체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OTT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매체 간 경계가 흐려진 상황에서 일관된 규율 체계를 만들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통합미디어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으나 그 사이 OTT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되면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발생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심의는 기본적으로 영향력을 전제로 한 규제인데 OTT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영향력은 지상파보다 클 수 있다”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 중심 분류가 아닌 기능·영향력 중심 규율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