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날 잡아줘” FBI 요원에 반한 러 스파이, 스토킹으로 다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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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지시를 받고 미국에서 포섭 활동을 펼친 노마 자루비나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미국 뉴욕 남부 지방 검찰청

러시아 정보국의 지시로 미국에서 활동한 스파이가 술에 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사이버 스토킹에 가까운 부적절한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 보석을 취소당했다.

22일(현지시간) 국제 탐사보도 단체인 조직범죄 및 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지시를 받고 미국 정치·언론계에서 포섭 활동을 벌인 노마 자루비나(35)는 지난 19일 거짓 진술과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자루비나는 FSB에 포섭돼 2020년 12월 '알리사'라는 코드명을 부여받은 러시아 간첩이다.

맨해튼 연방 법원에 공개된 소장에 따르면, 자루비나는 러시아 정보국으로부터 미국 싱크탱크, 미군 관계자 및 언론인에 접근해 친러시아 여론을 조성하는 임무를 받았다.

자루비나는 본격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벌이기 전인 2020년 10월부터 FBI의 감시를 받아왔다. 그의 고용주인 엘레나 브랜슨이 FSB 지시로 러시아의 해외 영향력을 확대한 혐의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FBI의 계속되는 조사에도 자루비나는 “브랜슨과 일한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 요원들과 접촉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자루비나는 2024년 6월, 돌연 FBI에 혐의를 자백했다. 자신을 조사한 FBI 요원에게 '호감'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자루비나는 당시 “그(FBI 요원)가 영향을 미쳤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를 만난 후 내 삶은 완전히 달려졌다. 좋은 의미로 그가 내 감정을 조종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루비나는 러시아 FSB 요원과의 만남에 대해 거짓 진술한 혐의로 지난 2024년 11월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곧장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2025년 12월 약 1년만에 다시 체포됐다. 자신의 죄를 자백하게 한 FBI 요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수 차례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자루비나는 술에 취해 자신을 수사한 FBI 요원에게 “날 잡아봐, 자기야”, “사랑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요원이 응답하지 않자 욕설을 보내는 등 스토킹 행위를 계속했다. FBI 측은 자루비나에게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그는 이를 어기고 수백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

로라 스웨인 판사는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어려움과 갈등을 이해한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담당 요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자루비나의 보석을 취소했다.

자루비나는 또한 2025년 4월 뉴저지주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이송하는 계획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별도 기소됐다. 2건의 혐의로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정확한 형량은 오는 6월 선고 공판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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