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디지털금융 산업의 두 번째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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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교수

디지털금융은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오랜 기간 에너지를 쏟아왔다. 간편결제는 중개 비용을 낮춰 유통 구조를 재편하고, 탈중앙화는 제도적 신뢰를 코드로 대체할 수 있으며, 디지털자산은 전통 금융이 제공하지 못한 투자 기회를 창출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설득력으로 관련 기업들은 자본과 이용자를 유치하며 외형을 급격히 확장시켰다.

산업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관심은 기술의 가능성에서 손익계산서와 리스크 관리 체계로 이동한다. 하버드대의 조안 마그레타 교수는 사업 모델을 두 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고객은 누구이며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라는 물음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그 가치를 어떤 논리와 비용 구조에서 수익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 구조의 문제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결국 사업 모델은 사업 가치의 설득력과 숫자의 검증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이 정의를 디지털금융 산업에 적용해 보자. 시장에서 혁신 사업 스토리를 설득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관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법적 논쟁과 제도권의 저항, 소비자 보호라는 문제를 통과하며 산업은 점진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해 왔다. 그러나 그 설득이 끝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수익과 비용, 리스크에 관한 문제다. 혁신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가 어떤 손익 구조인지, 그리고 그 구조가 충격을 견딜 만큼 견고한 지에 대한 점검이다. 빠르게 성장한 분야일수록 외형의 확장과 내부 통제 체계의 고도화가 동일한 속도로 진행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시장 변동성의 영향이 크지만 수익 모델은 단순하다.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수수료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거래량과 수수료율이 실적을 좌우한다. 그러나 비용 구조는 좀 더 복합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고객 자산의 분리 보관, 실시간 원장 대조, 접근 권한 통제, 이상 거래 탐지, 외부 감사와 규제 보고 체계까지 거래소의 운영은 상시적인 내부 통제 비용 위에서 움직인다. 이 비용은 사고 발생 확률과 기대손실을 낮추기 위한 리스크 관리 투자에 가깝다.

내부 통제 비용은 평상시엔 다소 과도하게 보일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 비용은 손익계산서에서 단순 지출 항목으로만 인식된다. 그러나 통제가 느슨해지거나 형식화하는 순간, 부실한 위험은 한 번의 사건으로 집중돼 나타난다.

빗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거래소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시장 인프라에 가깝다. 내부 승인 절차와 자산 관리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는 곧 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로 확장된다. 빗썸의 사고는 개별 기업의 평판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혁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디지털금융 전반의 제도화 논의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제의식은 거래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은 통제 비용의 축소가 단기 손익에는 유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보 유출이나 보안 사고, 내부 승인 절차의 부실은 곧바로 시장 불신과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 기술 기업이라 하더라도 신뢰를 관리하지 못하면 성장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셈이다. 비용을 삭감한 결정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 비용을 높이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현재 디지털금융은 두 번째 관문 앞에 서 있다. 고객을 향한 사업 가치에 대한 설득은 이해관계자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축적해 온 영역이다. 이제는 수익 구조가 어떤 리스크 관리 체계 위에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내부 통제는 규제 대응을 위한 보완 장치가 아니라, 사업 모델의 경제적 논리를 완성하는 구성 요소기 때문이다. 혁신의 출발점이 기술이든 제도이든 아이디어이든, 디지털금융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신뢰가 리스크 관리와 비용 구조에 명확히 구조화돼야 한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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