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이 올해 고1이 되는데 고교학점제 때문에 고민이 커요. 사회·과학 탐구 선택과목이 세분화 됐는데 고교학점제에서는 몇 개를 선택해야 하는지, 사회 탐구만 한다면 과학 탐구는 선택을 안 해도 되는 건지 여전히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수원 거주 학부모 김 모 씨)
지난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됐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공통 과목을 중심으로 학습 기초를 안정적으로 다져서 내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고교학점제에서 고교 1학년은 공통 과목을 수강한다. 공통 과목은 기초 설계 단계다.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탐구, 과학 탐구 등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치르는 상대평가 과목이다. 특히 공통 과목이 5등급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내신 변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1등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최승후 연천고 교장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상대평가를 처음 접하면서 내신 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5등급제에서는 한 두 과목 성적이 떨어지면 만회가 쉽지 않아 1학년 때 공통 과목에서 좋은 내신 등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학년부터는 일반·진로·융합 선택과목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은 일반 선택 과목이다. 학문의 기초가 되는 과목이면서, 동시에 수능에 출제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교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지만 대학은 문·이과 계열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의 계열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공학 계열로 지원할 학생이라면 물리학을 먼저 이수하는 것이 좋다. 인문계열은 이공계열에 비해 과목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한다면 기하와 미적분Ⅱ를 필수 수강해야 한다. 진로 선택과목은 3과목 이상 이수하고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일반 선택과목을 우선 이수해야 한다.
자연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은 수학, 과학 과목 선택 시 주의해야 한다. 최 교장은 “수학과 과학은 '위계과목'으로 해당 분야의 기초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진로·융합 선택과목에서 상위 단계를 선택하면 안 된다”면서 “진학 자료에서 안내하는 수학, 과학 연결 과목을 잘 살펴본 뒤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택 과목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목 선택이다. 지난 11월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고교학점제 진학설명회 연사로 나선 정제원 숭의여고 교사는 “이공계열을 선호하더라도 수학과 과학이 어렵다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며 “겨울방학 동안 수학, 과학 관련 도서를 읽으며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어렵다면 사회계열을 선택하는 등 방안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장도 “세계사가 중요해도 흥미가 전혀 없다면 이 과목을 선택하기 힘들고, 이공계열을 가고 싶지만 미적분Ⅱ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해당 과목을 선택할 수 없다”면서 “능력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되, 자신의 능력치 안에서 한 단계 역량을 높일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올해는 고교학점제 선택 과목 이수 기준이 완화된다. 선택 과목의 경우 출석만 충족하면 학점을 인정한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 원장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면 1학년 과목을 40점을 못 넘기는 사례는 일부분”이라며 “일반 선택 과목도 이전에 누적돼 온 학습의 연장이기 때문에 체감도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학기 이수제가 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대학과 교육청,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설정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는 과목 선택 가이드와 계열별 필요 과목 등을 안내하고 있으며, 각 교육청도 고교학점제 진로·진학에 필요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고교 진학 전 겨울방학은 자신의 적성을 점검하고 계열을 탐색해볼 수 있는 시기로 꼽힌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