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눈이래”… 코끼리, 콧수염으로도 주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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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코. 사진=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연구소 / A. 포사다 / 하이델베르크 동물원

코끼 코에 난 빳빳한 1000여 가닥의 수염이 좋지 않은 시력을 보강해 주변을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연구소의 앤드류 슐츠 엔지니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코끼리 수염의 구조적 특징을 연구한 결과를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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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쥐와 같은 일부 동물이 '수염 젓기'(whisking)를 통해 사각지대가 있는 오감을 보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동물은 수염을 움직이기 위한 별도의 근육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끼리는 쥐와 달리 코에 수염을 움직이기 위한 근육이 부족하고 털들이 사실상 고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코끼리 수염이 구조적으로 독특한 형태일 것으로 추측하고 연구에 나섰다.

기계 엔지니어인 슐츠 연구원은 자연사한 코끼리에서 채취한 수염을 기증받아 신경과학자, 생물학자, 재료과학자와 함께 연구에 나섰다. 분석에는 전자 현미경, 컴퓨터 모델링 기술 등이 사용돼 수염 전체 길이에 따른 여러 변화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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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수염 샘플. 사진=막스플랑크 지능시스템연구소

그 결과 코끼리 수염이 치즈처럼 구멍이 뚫린 풀잎 형태로 끝으로 갈수록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하학적 형태 분석에서는 납작하며 밑동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가 확인됐으며 강성 테스트에서는 수염이 두껍고 단단한 뿌리에서 끝으로 갈수록 부드러워졌고 내부는 미세한 구멍들이 촘촘히 박힌 다공성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세 가지 특성이 합쳐져 코끼리는 수염을 쥐처럼 휘젓지 않아도 물체가 닿는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조지아 공과대학 생체역학 엔지니어 데이비드 후는 “머리카락이 스위스 치즈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전에는 몰랐다”며 “다공성 구조의 무언가가 자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독특한 구조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확대 복제한 코끼리 수염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이후 눈을 감고 지팡이처럼 휘둘러 물체와 접촉하자 물체에 따라 다른 느낌이 체감됐다고 한다.

영국 왕립 수의과대학의 진화 생체역학자 존 허친슨은 “'수염은 그저 수염일 뿐'이라는 생각을 깨게 만든 연구”라며 “코끼리의 놀라운 특수성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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