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현장노트]교육도 결국 빅테크 손안으로… “핵심은 기술보다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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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엑셀 런던에서 열린 벳쇼 MS관 앞에서 설명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빅테크 기업의 기능이 교육 깊숙이 들어오고 있어요. 기존에 빅테크가 플랫폼이라는 장소를 제시했다면 그 안에 들어가는 세부적인 기능은 작은 기업들이 만들어왔죠. 이제 그런 작은 기능들까지도 빅테크가 다른 도구와 연동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어요.”

지난달 열린 'BETT UK 2026(이하 벳쇼)'에서 만난 한 국내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박람회를 둘러본 소회를 이렇게 전달했다.

올해 벳쇼 박람회장은 플랫폼 전쟁을 연상시켰다. 일찍부터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거대 플랫폼에 세부적인 기능을 모두 넣었다. 한 번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사용자는 절대 나갈 수 없도록 '락인(Lock in)' 하겠다는 빅테크 기업의 의도가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탑재하고 있는 플랫폼에 교육 기능을 대폭 확장했다. 카폴라이트(Coplilot)에 학생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유닛 플랜과 레슨 플랜을 통합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기존의 팀즈와 원노트 등도 세부적인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교육용 챗봇으로 재훈련해 운영하면서 제미나이를 어떻게 교육에 결합하는지를 보여줬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클래스룸의 기능도 강화했다. AI 에이전트를 생성·관리·공유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공개했고, 클래스룸 앱과 연동되는 제미나이 기능도 개선했다.

'디자인 플랫폼'을 표방해 온 캔바는 사실상 학습 운영 솔루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AI 수업 설계 자동화 기능을 포함하고, 실시간으로 학습 세션을 생성해 공유할 수 있다. 단순히 쉽고, 질 좋은 디자인 작업을 하는 부차적인 도구에서, 교육 전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벳쇼에는 수많은 에듀테크 기업이 참여했지만, 실제 생태계 중심에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다. 수업 운영, 학습 관리, 평가, 콘텐츠 제작 등 주요 기능이 글로벌 빅테크 체계 안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겉으로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더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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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로 벳쇼를 방문한 한국의 한 교사는 “둘러보다 보니 대다수 에듀테크 기업의 기능이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새로운 부스를 방문하기보다는 기존에 많이 썼던 구글이나 캔바 부스에서 업그레이드된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중소 에듀테크 기업의 고민도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제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학교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거대 플랫폼과의 연동이나 입점이 필요하고, 그 순간 서비스의 주도권 일부를 내줄 수밖에 없다. 독립적인 교육 도구라기보다 '플랫폼 안의 기능'으로 존재하게 되는 구조다. 혁신을 꿈꾸며 출발했지만, 거대한 생태계의 부속으로 편입되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산업 재편을 넘어 교육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표준화된 기능과 데이터 구조는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수업 방식과 사용, 평가 형태를 일정한 틀 안으로 유도한다. 에듀테크와 AI의 등장으로 전에 없던 '혁신적인 교육'이 실현될 것이란 전망은 또다시 일정한 구조와 틀 안에서 맴돌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제 경쟁은 기술력이 아니라 생태계”라는 말을 전했다. 기능적으로 더 나은 학습 도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얼마나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우수한 기술력,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등 편이와 비용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이 특정 기업의 기술 로드맵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때 발생할 위험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기업의 서비스 정책 변화, 비용 구조조정, 교육 주권 등 학교 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공교육 관점에서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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