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2월 국회에서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설 이후로 미루는 대신 비쟁점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면적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쟁점 법안과 민생 법안이 함께 묶여 지연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5일 본회의를 열어 간첩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 80여건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애초 정청래 대표가 설 이전 처리를 공언했던 '법왜곡죄 신설' 형법 개정안과 '재판소원법'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은 일정상 설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기류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너무 느려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질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쟁점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로 다시 본회의가 장기간 공전하면서 민생 법안까지 처리되지 못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민생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로 막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라는 기류가 일부 감지된다. 다만 민주당이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위한 '우회 전략'으로 비쟁점 법안을 활용한다고 판단할 경우 협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비쟁점 법안 90여건 처리에는 협조한 바 있다.
5일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경우, 9∼11일 예정된 대정부질문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사법개혁 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은 설 이후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단 처리 가능한 법안부터 처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편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입법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것을 계기로 대미투자특별법의 2월 내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조속한 논의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한미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만큼, 특별법으로 비준 절차를 우회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미국의 관세 조정이 행정명령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비준 요구는 오히려 국익에 불리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야는 2월 국회 대정부질문 기간을 전후로 사법개혁 법안 처리 시기와 대미투자특별법의 처리 방식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