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본법 시행에 스타트업 혼선…워터마크 부담·제조 AI 사각지대 논란

인공지능(AI) 기본법이 22일 전면 시행되며 제도적 틀은 마련됐지만,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기술 유형별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무엇을, 어디까지 준수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더불어 스타트업 전용 상설 법률 컨설팅 창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비롯해 멀티모달, 에이전트 기반 AI 등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영역에서는 법 적용 여부를 기업 스스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영향 AI' 해당 여부나 규제 적용 범위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서비스 출시와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용 AI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초기 스타트업이 개별적으로 변호사 자문을 받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사 시스템을 법률 전문가에게 이해시키는 과정부터 난관”이라며 “결국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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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자율 제조 공정 개념 이미지.

AI 반도체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제도가 EU AI 법안(AI Act) 등 글로벌 기준과의 상호운용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누적 연산량 기준이나 고영향 AI 가이드라인이 스타트업에게 '규제 공포'로 작용해 AI 서비스 확산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컨설팅과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한 AI 생성물 표시·고지 의무, 이른바 '워터마크' 규정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성형 AI 기업 관계자는 “워터마크 적용은 기술적으로도 간단하지 않고, 서비스 품질이나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개발·운영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조·산업 AI 분야가 제도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생성형 AI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되다 보니, 공정 최적화·품질 예측·설비 진단 등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AI는 규제와 진흥 체계 모두에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업용 AI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현장 적용형 AI는 생성물 개념 자체가 모호한데도, 이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조 AI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기본법 시행에 맞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현장 혼선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단기적 대응만으로는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 환경을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는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마주하는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 유형별 적용 사례의 구체화 △AI 스타트업 전용 법률·기술 컨설팅의 상설화 △기업 규모와 기술 성숙도에 따른 단계적·차등적 운영이 병행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다.

AI 스타트업 대표는 “규제를 피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가 절실하다”며 “최근 피지컬AI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이들 기술 혁신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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