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전환(AX)은 산업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다. 정부 역시 소버린과 버티컬 인공지능(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3대 AI 강국이라는 목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AX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AX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전환(DX) 방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DX는 여전히 기업의 인하우스(자체) 개발이나 구축(온프레미스) 중심으로 추진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 구축, 운영하기까지 1~2년이 소요된다. 문제는 이 방식이 기술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기술 수준과 시장의 기대치는 계속 달라진다. 이를 사전에 모두 예측해 설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DX는 특정 시점의 요구를 충족한 채 종료되고, 이후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가 반복된다.
이 구조는 데이터 측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인하우스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규모와 밀도가 제한적이며, 기업 내부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산업 단위의 버티컬 빅데이터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AI를 도입하더라도 실질 효용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 DX의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AI를 도입하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AX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해법은 DX의 방향 전환에 있다. DX를 일회성 프로젝트로 다루지 말고 플랫폼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솔루션이 플랫폼 위에서 SaaS 형태로 제공될 때 DX는 축적과 확장을 반복하며 진화할 수 있다. 사용자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고 구조를 변경하며, 이를 재사용해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낸다. 나아가 기업이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서비스가 사용되면 밀도 깊은 버티컬 빅데이터가 형성된다. DX 기반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AX로 확장되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CES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소프트웨어(SW)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SW를 프로그래밍했다면, 앞으로는 AI 상에서 SW를 구축, 훈련, 실행하는 구조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AI가 코딩을 대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SW를 올린 플랫폼 자체가 AI 위에서 동작하며, SW의 구조와 기능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이 흐름이 정착됐다. SAP,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의 글로벌 기업은 플랫폼에 AI, 노코드 환경을 결합해 수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냈다. 반면 국내의 DX는 여전히 기업 내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기술보다는 구조의 차이에서 나오는 격차다.
DX의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AX를 추진하면 기대한 수준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역으로 플랫폼 위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DX는 시간이 지날수록 활용 범위가 넓어지며 AX의 탄탄한 토대가 된다.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열쇠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혁신의 구조에 달려 있다. 플랫폼과 SaaS를 무기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국가대표 AI 기업이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
임현길 에스티이지(STEG) 대표 hglim@ste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