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세수보다 망 투자 우선” 주파수 제도개혁...한국 정책에도 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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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 주파수 할당 정책 관련 회의를 AI로 생성한 이미지

유럽연합(EU)이 주파수 할당 제도를 네트워크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대거 손질한다. 특히 주파수 이용대가가 통신사의 망 투자 여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우리나라도 2028년 5G 재할당에 맞춰 제도 개선에 돌입한 가운데 대가산정 기준의 예측가능성 제고와 고비용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입법 제안한 디지털네트워크법(DNA)에는 주파수 분담금 정책과 관련해 경매를 통한 정부의 재정 확충보다 네트워크 투자 촉진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는 과거 경매에서 지불된 매우 높은 가격이 통신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 네트워크 투자 동력을 상실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파수 관련 기대 수익과 보유 비용 부담을 종합 고려해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통신사를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투자 주체로 재정의한 것이다.

주파수 면허 기간은 원칙적으로 무기한 설정한다. 불확실한 재할당 방식에서 벗어나 통신사의 장기적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대신 강한 조건부 의무를 부과해 미사용·비효율 사용시 회수 또는 공유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주파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묶이는 것을 방지한다는 포석이다.

이번 입법은 5G 고도화와 6G 준비,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단기·국가별 주파수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이번 EU 법안이 국내 제도 개편의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파수 재할당 때마다 대가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과 고비용 구조를 놓고 정부와 사업자 간 갈등이 반복돼 왔다.

과거 경매 낙찰가를 재할당 대가 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다보니 망 구축이 완료된 시점에도 통신사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우는 구조다. 특히 주파수 대가가 정보통신기술(ICT) 기금 주요 수입원이다 보니 재정 확보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할당 대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장기 네트워크 투자 계획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6G와 AI 네트워크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주파수 정책이 단기 재정 논리에 머물 경우 국가 인프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상반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함께 예측 가능한 산정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주파수 재할당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28년 5G 주파수 재할당을 앞둔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한 제도개선 의견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며 “내년까지 전파법 개정을 비롯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개선 사항을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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