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간암 세포만 골라 붙잡는 '표적 하이드로젤'개발

경북대학교는 이규의 화학과 교수와 김은정 생물학과 교수팀이 간암 세포에 선택적으로 달라붙어 약물을 전달하고, 방출 이후에도 종양 부위에 머무는 새로운 간암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간암 치료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식물 유래 폴리페놀 약물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폴리페놀 계열 약물은 항암·항염 효과가 뛰어나지만, 체내 대사가 빠르고 반감기가 짧아 종양 부위에 충분히 축적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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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은정 교수, 이규의 교수, 김현지·학위강 석박사통합과정생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젤 형태의 약물 운반체인 하이드로젤을 설계하고, 간암 세포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시알산(sialic acid)'을 표적으로 삼았다. 간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시알산 발현이 현저히 높은데, 이 특징을 이용해 암세포를 스스로 찾아가는 전달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하이드로젤의 핵심은 보론산 작용기다. 이 물질은 약물을 붙잡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간암 세포 표면의 시알산과 결합, 하이드로젤이 종양 부위에 선택적으로 모이도록 돕는다. 특히 이 시스템은 '방출 후 재흡착' 방식으로 작동한다. 종양의 산성 환경에서 약물이 방출된 뒤, 보론산 작용기가 다시 노출돼 간암 세포 표면의 시알산과 결합하면서 운반체가 종양 부위에 머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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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된 간암 치료용 하이드로젤의 작용 모식도: 시알산 표적화 및 산 감응형 약물 방출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고 간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 과정

연구성과를 체외 세포에 실험한 결과 간암 세포(HepG2)의 하이드로젤 섭취량은 정상 세포보다 약 21배 높았고, 암세포 이동은 96.2% 억제됐다. 간암 마우스 모델에서도 하이드로젤 투여군은 종양의 크기와 개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치료 후 생화학 지표에서도 간 기능 개선이 뚜렷했다. 마우스 혈청에서 알라닌 아미노기전이효소(ALT)와 빌리루빈 수치가 낮아졌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도 감소했다. 조직 병리 분석에서는 간 섬유화가 크게 완화돼, 항암 효과와 함께 항염 및 간 보호 효과가 동반되는 다중 치료 효과를 보여줬다.

이규의 교수는 “천연 항암 물질의 불안정성을 분자 설계로 보완하고, 간암 세포를 인식해 붙잡았다가 약물을 내보낸 뒤에도 다시 고정되는 전달 구조를 구현했다. 이 방식은 다른 폴리페놀 계열 약물로도 확장할 수 있어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는 이규의 교수와 김은정 교수이며, 제1저자는 화학과 학위강 석박사통합과정생과 생물학과 김현지 석박사통합과정생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교육부의 G-램프(G-LAMP)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중심병원육성R&D사업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머터리얼즈 투데이 바이오(Materials Today Bio)'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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