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DGIST·총장 이건우)는 김영욱 화학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조길영 KAIST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그래핀과 같은 아주 얇은 물질을 샌드위치처럼 겹쳐서 전기로 정보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원리를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 초저전력 전자 소자와 미래형 양자 컴퓨터 부품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더 얇고 가벼워지려면,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의 두께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 정보를 저장하는 '강유전' 물질들은 두께가 얇아지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강유전 물질을 쓰지 않고도 아주 얇은 소재에서 메모리 성질(강유전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연구팀은 강유전성이 전혀 없는 소재들을 결합해 인공적으로 강유전성을 만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과 'α-RuCl₃' 사이에 아주 얇은 절연체(hBN)를 샌드위치처럼 끼워 넣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이 구조에서는 계면의 전하들이 재배열되며 마치 강유전 물질처럼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 자석(쌍극자)'들이 저절로 생겨났다.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전기로 정보를 기록하고 지울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영하 약 243도(30 K) 부근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한 번 저장된 정보는 전원을 꺼도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탁월한 비휘발성을 보였다. 또 이 현상은 외부 자석의 힘(자기장)이나 방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전기적인 상호작용으로만 제어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다. 이는 구조적 변형 없이 단순한 적층만으로도 강유전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영욱 교수는 “인위적인 구조적 변형 없이도, 단순히 물질을 쌓아 올리는 것만으로 전기를 제어하는 새로운 물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이 기술을 활용해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의 메모리 소자나 초절전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DGIST 화학물리학과 김소연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KAIST 조길영 교수 연구팀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