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수출기업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당장 관세가 부과되지는 않지만, 유럽으로 수출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내년에 비용이 산정되는 구조라,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뒤늦게 '탄소 청구서'를 받아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범부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작업반' 회의를 열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산업부를 비롯해 외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예산처, 관세청,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참석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EU로 수입될 경우, 역내 기업과 같은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력 등 6개 품목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CBAM은 일반적인 관세와 달리 통관 시점이 아닌, 그다음 해에 탄소 배출량을 검증한 뒤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즉, 올해 유럽으로 수출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기업이 산정해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내년에 실제 부담액이 확정된다.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제도의 파급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현지 수입업자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에 비용 부담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탄소 배출량 산정 역량이 부족하고, 검증 비용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기업이 제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회와 교육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돼 온 탄소배출량 산정 교육을 체계화하고,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알루미늄 업종을 중심으로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한다.
또 기업이 배출량 산정과 검증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사업을 적극 연계한다. 현재 탄소배출량 산정 컨설팅,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 시범 산정 사업 등을 운영 중인데, 향후 검증기관 확충에도 나설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배출량 검증이 의무화되는 만큼, 국내에서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EU와의 협의도 병행한다.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CBAM 시행은 우리 수출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럽연합 측과 지속 협의하는 한편, 업계가 제도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이행과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 등을 빈틈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