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산업기술 유출 23조원…“외국인투자 안보심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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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 등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최근 5년간 23조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실태를 공개하고,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안보심사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5년간 한국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약 23조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 33건(30%)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38%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20%), 전기전자(8%) 순이었다.

기술 유출 방식도 과거 인력 스카우트 중심에서 벗어나 합작법인(JV) 설립, 소수 지분 투자, 해외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투자 구조를 활용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외국인 투자가 기술·데이터·핵심 인프라 확보의 주요 통로로 부상하면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은 투자 단계에서 안보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전략기술 보호를 위해 단순 지분 취득 통제를 넘어 기술·데이터 접근 차단까지 심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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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제도 비교 (자료=한국경제인협회)

미국은 2018년 제정한 '외국인투자심사현대화법(FIRRMA)'에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권한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은 물론 TID(핵심기술·핵심시설·민감정보) 기업에 대한 소수 지분 취득과 군사·핵심 인프라 인근 부동산 취득까지 외국인투자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유럽연합(EU)도 2024년 '외국인투자심사규정(안)'에서 공장과 사업장을 새로 짓는 그린필드 투자와 간접투자를 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미디어·핵심 원자재 등 전략산업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지분 50% 이상 취득 시에만 심사하는 지분 요건과 그린필드 투자를 제외한 제한적인 심사 대상 등으로 인해 제도 적용 범위가 주요국에 비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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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 안보심사 도입 및 확산 추세(1995-2024) (자료=유엔무역개발회의(UNCTA)의 투자 정책 모니터,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는 △심사 대상 확대 △안보 심사 기준 하향 △경영권 취득 기준 하향 △그린필드 투자 규율 도입 등 4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기술 협력 가능성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약한 고리가 되지 않도록 FDI 안보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파트너십과 공급망 연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운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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