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령인구 감소와 인공지능(AI)이라는 파고 속에서 대학의 존재 방식이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 대학이 지식 전달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역량 성장을 지원하는 '평생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명대학교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전국 최초로 학부 과정에 창업학과를 신설하고, '창업 친화적 캠퍼스'라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실험 중이다.
노성여 동명대 창업학과 교수는 “기술 발전 속도가 직무 수명을 빠르게 줄이면서 '한 번의 전공 선택'이 평생의 업(業)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의 종착지가 아니라, 개인이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고 실패를 학습할 수 있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전공-직업 불일치율은 50.1%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는 대학 교육과 노동시장 간 괴리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동명대는 창업 역량을 단순히 '사업체 설립 기술'로 보지 않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설계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핵심 생존 능력으로 재정의한다.
동명대 창업학과는 창업을 일부 학생의 선택지가 아닌 교육 과정의 중심 축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인드업, 스타트업, 로컬창업, 프로젝트형·지역연계형·기업연계형·현장실습연계형 창업' 등 7개 마이크로디그리(MD) 모듈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창업을 전공 차원이 아니라 대학 교육 전반을 관통하는 학습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1학년에서는 '디자인 씽킹'과 '창업 성공 전략'을 통해 문제 정의와 사고 전환을 익히고, 2학년에는 '로컬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역 자원을 사업 아이디어로 전환하는 경험을 쌓는다. 3학년에서는 '사업계획서 작성'을 통해 시장성과 실행 전략을 구체화하며, 4학년에는 'ChatGPT 활용 문제 해결'과 '창업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창업 환경에 가까운 실습을 진행한다.
제조·서비스·로컬 기업 대표를 비롯해 액셀러레이터(AC/VC), 세무사, 변리사 등 현장 전문가들이 '창업 실무 멘토 교수단'으로 참여한다. 학생들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실제 시장에서 마주할 법적·재무적·기술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학습하며, 실패 가능성까지 포함한 창업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교육과 함께 공간 전략을 병행하며 창업 친화적 문화를 구축한다. 캠퍼스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오픈 캠퍼스' 전략을 통해 창업이 일상화되는 환경을 조성했다. 공유 오피스 형태의 오픈 캠퍼스 1호점은 학생들에게 1인실을 제공하고 외부 창업가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실전 공간으로 운영된다. 오픈 캠퍼스 2호점은 기술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기업 연계 연구과제와 산학연 공동 연구의 거점 역할을 맡는다. 유동 인구가 많은 교내 공간에 조성된 오픈 캠퍼스 3호점 모듈러 팝업존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즉각 검증하고, 실전 마케팅 역량을 키우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또한 핵심 가치를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에 둔다. 대학이 창업 건수나 특허 수 등 정량적 성과에만 매몰될 경우, 학생들은 다시 안정적인 선택으로 회귀하기 쉽다. 이에 동명대는 대학이 학생들의 도전을 보호하고 재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창업 교육을 설계했다.
노 교수는 “대학이 실패를 응원하고 도전을 학습하는 공간이 될 때, 창업은 일부의 선택이 아니라 대학 문화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